농촌재능나눔을 통해 ‘촌티학교’를 열고 『촌티나게 살았소 1권』을 발간한 지 어느덧 삼 년째다. 이제 제법 풍월을 읊는 시늉을 한다. 농촌의 여름과 가을, 논과 밭, 들과 산, 물과 바람이 스친다. 농민들이 아침을 여는 일과 옥수수 키를 바라보는 눈빛과 두렁을 걷는 발걸음들이 눈에 차오른다. 벼 머리를 쓰다듬는 까낄한 손바닥, 굽을 대로 굽은 허리, 시꺼멓게 그을린 얼굴에서 수 세기 동안 이 땅을 일구어온 우리 민족의 얼을 느낀다.
농민들과 만나고 글을 나누며, 삶과 소통해온 시간들이었다. 사각사각 연필소리가 날 때마다 결코 가볍지 않은 그분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나왔다. 마을 어귀 복 노인 수수밭이 자라고, 아랫마을 이 할머니 김치가 담겼다. 낯익은 들과 산에 꽃이 피고 새가 지저귀었다. 동네방네 술이 익어갈 즈음, 덩그렁 달이 몇 해나 떠오르고 졌다. 그때마다 가슴에는 얼마나 외로움이 시리고, 그리움이 아렸을까. 우리는 그것을 ‘촌티나게 살았소’라고 불렀다.
폐풍월吠風月, 맑은 바람風이 불고 달月이 밝은 저녁, 툇마루에 앉으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오묘한 심상心象을 마당 한구석에서 바라보는 당구堂狗가 어찌 헤아리겠는가. 하루하루, 한 편 한 편, 누가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도 사치요, 명시를 내는 것도 유분수라. 그 오랜 시간 살아낸 삶을 우려내고 우려내었으니 투가리에 담은들 맛이 없겠는가. 바람도 멈추고, 달도 걸려 오가지 못하는 그렇게 절대로 멈추지 않을 것 같았던 시간을 멈추어놓고, 오히려 반추反芻질을 하는 그 순간들은 분명 누가 말하기도 전에 이미 소확행이었다. 일부러 바꾸려 노력하지도 않았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그저 살아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이다. 농촌 삶. 이야기하지 않았을 뿐이지 누가 말하기도 전에 이미 촌티나게 살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무라카미 하루키 수필집 3(랑겔한스섬의 오후)』가 1994년 작作이고 25년이나 지난 요즘에서야 우리 사회에서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을 보면 『촌티나게 살았소』의 이 소확행들은 어쩌면 몇 년이 지나 그 자손들이 이제는 지나가 버린 ‘촌티’들의 삶을 어루만지며 가슴이 아리는 특별한 소확행이 될 것이다.
지은이
서당개 삼 년 – 시인 김백마
시인 김백마
화악리 연가 – 수필가 백송자
화
반장 박남윤
희망수업
흔적
촌부
짝꿍
살 맛 나는 인생
박남윤의 삶
박남윤 작품해설 – 시인/수필가 이재인
박홍순
가을
복 많은 여자
가슴 아픈 기억
부모
버드나무
박홍순의 삶
박홍순 작품해설 – 시인/수필가 이재인
시인/수필가 이재인
악
송인향
농부
가을
7.17 소풍 가는 날
친정엄마
비
송인향의 삶
송인향 작품해설(향수는 뿌리는 자신에게도 몇 방울 묻는다)
- 수필가/여행작가 이지민
수필가/여행작가 이지민
우정숙
참 좋은 당신
세월
가을이 오네요
우정숙 작품해설 – 시인 박소언
시인 박소언
리
영정을 만나다 – 시인 박소언
이명희
엄마에게
박씨
도토리와 밤
들깨
가을, 인생
이명희의 삶
이명희 작품해설(정감 가는 글) - 수필가 백송자
수필가 백송자
이상임
세월
계절
봄 꽃
농부
세월
이상임의 삶
이상임 작품해설 – 시인 김백마
연
촌티학교 – 충남대학교 이유진
이조구
가을
꽃마을 편지(화악골)
동문서답
칠보단장 나들이
자식
이조구의 삶
이조구 작품해설 – 시인 김백마
정숙
소풍 가는 날
아름다운 기억
호박꽃
우리 동네 별들이 반짝반짝
가슴 아픈 기억
정숙의 삶
정숙 작품해설(풀꽃으로 피어나는 글) - 수필가 백송자
가
촌티학교 교장 – 시인 김화자
시인 김화자
촌티학교 소견서 – 이무용
일제항복 – 이래문
동심으로 유턴하고 싶은 인생 - 이효삼
촌티학교 입학 – 수필가 백송자
활동사진
촌티, 나게, 살았소 - 촌티문학회 회장 김정식
농촌지역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촌티문학회
-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자원개발원장 김선호
농촌 삶 이야기집 『촌티나게 살았소 3권』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농어촌공사가 주관하는 스마일뱅크(www.smilebank.kr)의 2019년 농촌재능나눔 사업의 일환으로 촌티문학회(舊 백마문학회)가 논산 화악리의 농민들과 약 7개월간 촌티학교를 운영하며 지은 이야기를 모아 내놓는 작품집이다. 2017년에는 청양 신대2리, 2018년에는 논산 채광1리에서 시행되었고, 제1, 2권이 출판된 바 있다.
촌티문학회는 대전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문학단체이며 회장 김정식 시인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서강대학교 과학커뮤니케이션학 석사, 충남대학교 농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2016년 심상으로 등단하였다. 세계문인협회 부회장인 김화자 촌티학교 교장, 사무국장 백송자 수필가, 박소언 시인, 이재인 시인/수필가, 이지민 수필가/여행작가가 함께했다.
화악리 촌티학교에는 박남윤, 박홍순, 송인향, 우정숙, 이명희, 이상임, 이조구, 정숙, 이무용, 이래문, 이효삼 님이 참여하였다.
‘촌티’
역시 이 책을 이보다 더 이상 잘 표현할 말은 없는 것 같다. 농민 작가들의 글에는 농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분들의 삶이 미사여구 하나 없이 담백하게 그릇에 담아져 나왔다. 구수하다. 우리 농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농민들에게 이러한 작품들이 나왔다는 것이 놀랍다.
‘나게’
‘나게’가 제목을 더욱 윤기 있게 해주었다. 어렵지 않은 작품들을 쉽게 읽어 내려가다 보면 ‘나게’ 가 숨어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저 ‘촌티’가 아니고 ‘촌티 나게’가 있다. 작가들이 그렇게 살아온 삶과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환경, 그래서 보이는 대로, 떠오르는 대로 써 내려갔음에도 불구하고 작품 속에는 순박하고, 소박하며, 평화로운 ‘나게’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어느 한 시점의 서정이 아니라 오랜 세월 겹겹이 퇴적된 그분들만의, 독특함이다.
‘살았소’
지나온 삶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에 대한 일종의 변명이다. 그렇게 살아온 걸 어떻게 하겠느냐고 한마디로 종언한다. 작품집을 읽어보면 자신이 촌티난다고 여기는 작가들은 한 분도 없는 것 같다. 그분들은 그저 자신의 삶을 살아온 것이다. 이 작가들과 본 이야기집 작업을 한 시인들도 정말 열심히 했다. 여섯 달을 매주 대전에서 논산까지 다닌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전시회와 이 책까지 낸 성과는 높이 살만하다. 이 모두가 ‘살았소’에 저장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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