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포 같은 여자》 손영란 저자 후기
손영란 | 2024-05-24 | 조회 396
1. 《사포 같은 여자》를 출간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내가 내 시를 사랑하게 되기까지 25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이제는 독자들이 내 시를 사랑해 줄 차례다. 《사포 같은 여자》가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을 나는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2. 《사포 같은 여자》를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나는 마흔에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한 번도 남의 시집을 읽어본 적이 없었다. 나는 남의 시집을 한 번도 읽어보지 않고 시를 쓴 최초의 여류시인이다. 나는 내가 쓴 것들이 시인지 아닌지조차 알지 못했다. 그러다가 한국에서 작은 상을 하나 받았고 그때야 비로소 시인 것을 알았다. 그러나 문단 거장들의 시를 읽고 기가 죽어 내 마음에서 음률이 사라졌고, 오랫동안 시를 쓰지 못하다가 다시 조금씩 쓰게 된 것들을 모아 시집을 내게 되었다.
3. 책을 집필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또는 즐거웠거나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나는 내 시를 사랑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시가 나에게 걸어왔다. 나에게 걸어와 말을 걸었다. 자기 좀 봐 달라고. 먼지를 털어 달라고. 세상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거라고. 나는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했고, 그 과정은 내 속의 활화산이 폭발하는 것 같았다.
4. 책 내용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애착이 가는 구절이 있나요?
나는 나의 모든 시에 흥미로운 주석을 붙일 수 있다.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시는 시로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5.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셨나요?
글이 안 써질 때는 쓰지 않았다. 나는 억지로 쓰는 것을 싫어했다.
6. 이 책을 접할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이 시집은 내 사랑의 궤적들이고, 내 사랑의 응축된 감정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시는 나 자신과의 대결이었으며, 나는 때론 피 흘리고 때론 상처받으며, 끊임없이 자신과 싸운 기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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