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조금 다른 길을 가도 괜찮아》 정가영 저자 후기
정가영 | 2025-01-09 | 조회 132
1. 《남들과 조금 다른 길을 가도 괜찮아》를 출간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지나간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 감개무량합니다.
가슴 깊이 묻어두고 눌러두려던 감정이 훅 올라와 북받칩니다.
2. 《남들과 조금 다른 길을 가도 괜찮아》를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엔 고마운 마음을 전할 수 있을 때 전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마음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러던 중 최근 들어 한국 사회에 젊은 암환자들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예전엔 그저 남의 일이었던 일들이 이제는 그냥 지나쳐지지 않았습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도저히 알 수 없는 그 마음을 담은 책을 펴내기로 결심했습니다.
꽃길만 남았다고 철석같이 믿었던 인생이 아직 채 다 피기도 전인 서른다섯에 3기 암 선고를 받고 나니 세상이 이전과 아주 다르게 보이더군요. 죽음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리려 아무리 노력해도 늘 나의 끝을 염두에 두는 것이 버릇이 돼버렸습니다. 삶을 대하는 자세 자체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그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란 사실을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나를 가장 앞에 두고 모든 선택을 할 수 있는 용기가 비로소 생겼기 때문입니다. 험난한 절망을 겪고 나서야 얻은 이 귀한 이야기는 충분히 나눌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와 비슷한 일을 겪으며 두려움에 떨고 계실 누군가에게도 감히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고 합니다. 이 역시 제 이야기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출산이라는 단어가 주는 단순함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저는 이 모든 걸 겪은 당사로서 대다수가 생각하는 시선 이면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출산율 저하로 사회가 무너지는 것을 우려하기 이전에, 병들어 가고 있는 이 사회에서 개인의 행복을 되찾기 위한 여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여정을 쟁취하는 데 필요한 나를 지킬 수 있는 용기와 이 사회에 필요한 어른의 자세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3. 책을 집필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또는 즐거웠거나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순간순간 버거웠고 감사했던 마음들을 털어내며 써놓았던 일기들을 언젠간 책으로 펴내고 싶다는 막연한 마음만 가지고 있었는데, 막상 집필을 시작하고 보니 생각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쓰면서 혼자 울기도 웃기도 많이 했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어떻게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이 올라왔습니다. 많이 극복했다고 생각했는데, 몸이 회복한 만큼 마음까지 회복한 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정신적으로 힘들어질 때마다 쓰다 멈추기를 반복하다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출간이 좀 늦어졌습니다. 그래도 쓰기를 잘했다 싶은 독자들의 후기를 들으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4. 책 내용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애착이 가는 구절이 있나요?
“우리는 모두 자신의 인생을 설계할 권리가 있다. 우리는 내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선택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 그래야 누군가를 원망하며 후회하지 않을 수 있고, 그래야 책임져 줄 수 없는 누군가의 원망을 듣지 않을 수 있다.” p.67
2021년 10월, 3기 암 환자가 된 제 생존율이 50% 미만으로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즈음 써놨던 일기입니다. 저는 그때의 그 기분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지난날 누군가 내 선택과 결정을 박탈하려 했던 말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며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사람이 너무 화가 날 때, 그 억울한 기분이 어떤 것인지 이제 저는 압니다. 그래서 다시는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때 결심했습니다. 내 인생은 내 것이고, 내 시간에 관한 결정은 내가 하겠다고. 그 어떤 누구에게도 내 시간에 대한 결정권을 내어주지 않겠다고. 나는 내가 지키겠다고.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은 그때그때 하며 후회 없이 살겠다고.
지금도 종종 당연히 존중받아야 할 제 의견과 선택이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면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솟구쳐 오릅니다. 나는 내가 앞으로 얼마를 더 살 수 있을지 알지 못합니다. 완치판정을 받기까지 2년이 더 남았고, 기적적으로 50%의 확률을 이기더라도 사는 내내 그 불안함을 떨쳐내지는 못하겠지요. 세상 모든 암환자가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이런 제 마음엔 관심 없는 사람들이 더 많을 거란걸 압니다. 인간이란 원래 자신의 감정이 먼저인 이기적인 동물이니까요. 내가 아닌 그 어떤 타인도 나만큼 나를 잘 알 수 없고, 나만큼 나를 사랑해 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저는 더 치열하게 나를 보호하고 나를 지킬 것입니다. 그래서 이 구절이 애착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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