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나팔꽃》 백종국 저자 후기
백종국 | 2024-12-26 | 조회 145
1. 정치학자로서 활동해 오셨는데 우화집을 발간하게 된 계기를 듣고 싶습니다.
6년 전 30여 년간 몸담아 왔던 교수직에서 은퇴하였습니다. 그 후로 한동안 남강 변을 거닐면서 유유자적 지냈습니다. 저의 전공 분야인 국제정치경제학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힘써 다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후는 후배들에게 맡기는 게 옳겠지요. 피히테의 충고가 아니라도 노인들은 가급적 잠잠한 게 좋습니다. ○○○ 부대니 뭐니 하면서 설치고 다니면 그게 바로 사회에 민폐를 끼치는 일입니다. 입은 묶고 지갑은 푼다. 얼마나 좋은 말입니까?
남강 변을 거닐면서 떠오른 생각이 있었습니다. 노느니 지혜의 전승에 관심을 가져 보자. 지식은 흘러넘치지만, 지혜는 도리어 빈약해진 시대가 아닌가? 지혜의 전승이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상속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이었습니다. 지식이 사물에 대한 이해를 의미한다면 지혜는 이 지식의 방향을 잡아 주는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지식에 있어서 인간을 압도할 수 있겠지만 지혜로는 영원히 인간을 능가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3년 전부터 우화들을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2. 지혜의 전승 방법은 많은데 왜 구태여 “우화”인가요?
우화는 진리의 “꼰대스러움”을 피하는 통로입니다. 우화는 대개 짧고 재미있고 결론이 개방적이기 때문에 숨 막히는 교훈 주기에서 벗어나는 대화의 수단이 됩니다. 또한 우화의 생산지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각자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나름의 이해를 진전시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장자는 이를 일러 다른 사물을 빌려다 도를 논하는 것이라 했고, 예수께서도 우화가 아니고서는 진리를 전달하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한국 사회에도 오랜 세월 동안 깊이 뿌리를 박고 전승되는 우화들이 있습니다. 서양의 이솝우화가 전래되면서 우화의 폭이 넓어지고 토착화가 진행되었습니다. 이 “백담 우화”도 이솝우화의 현대판이며 토착화라 할 수 있습니다. 세계관의 제약이 없고 모든 사물의 대화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솝우화와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제가 모은 114개의 우화인 만큼 처음에는 “백담 우화”를 책 제목으로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우화를 읽어 본 여러분들의 의견에 따라 제1화의 제목인 『아기 나팔꽃』을 주 제목으로 선택하였습니다. 이솝우화가 그러했듯이 백담 우화도 앞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각종 지혜들이 섭렵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3. 책을 집필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또는 즐거웠거나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우화에는 진주 남강의 풍경에 대한 묘사가 많습니다. 남강 변을 거닐면서 떠오른 우화가 많기 때문입니다. 처음 우화 모음을 시작할 때에는 8~9세 아이들 중심의 우화였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여름 가족 모임 이후 이해력 중심에서 주제 중심으로 바뀌었습니다. 가족 모임 중 갑자기 들이닥친 질병을 제가 겪으면서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백담독서목록」도 그러한 맥락으로 추가되었습니다. 무조건 유명한 고전 100선을 제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독서계획이지요. 이 우화집을 읽는 독자들도 내 가족이라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요?
4. 책 내용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애착이 가는 구절이 있나요?
아무래도 제1화 「아기 나팔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나팔꽃은 아침에 잠깐 피다 이내 시들어 버리는 꽃입니다. 그러나 많은 꽃과 함께 당당히 피어나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어 뭇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습니다. 그 이름도 “아침의 영광(morning glory)”이지요. 다문화사회를 살아가야 할 우리 자녀들에 대한 격려입니다. 또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각자의 답변을 유도하는 우화이기도 합니다.
5.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셨나요?
끊임없이 독서하고 또 사색합니다. 잘 정비된 강변을 거닐며 마음을 비웁니다. 이솝우화에서처럼 초월적 신의 존재야말로 초월적 지혜의 원천입니다. 그러므로 이에 조금이나마 가까이 가려면 먼저 내 마음을 비워야 합니다.
전문은 https://blog.naver.com/barunbooks7/223705850246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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