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의미 없는》 양희범 저자 인터뷰

양희범 | 2021-09-23 | 조회 871

 

1. 《흔적, 의미 없는》을 출간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이제 첫걸음을 뗀 것만 같습니다. 스스로도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무언가를 남기고 싶었습니다. 인간의 가치란 무엇인가. 항상 고민하는 명제입니다. 사람은 사람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모든 사람은 있는 그대로 가치가 있습니다. 그걸 증명해내야 한다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것뿐이죠. 그 착각을 벗어나서 인간 내면의 가치를 발견하는 걸 종교에서는 깨달음이라고 말합니다. 우린 모두 진리와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저는 그걸 증명하고 싶습니다. 모두가 광장 속에서 고립되어 가는 요즘이지만 또다시 만날 날이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2. 《흔적, 의미 없는》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무언가 커다란 계기가 있던 것은 아닙니다만 여태까지 써왔던 글들을 모아서 하나의 마침표를 찍고 싶었습니다. 무엇이든 단계가 있는 법이고, 그 단계를 밟아나감에 따라 사람은 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게 있어서 그 하나의 단계가 이 책의 집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또 한편으로 누군가가 이 글을 보고 안심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인간의 삶은 고통으로 점철되어 있지만 그 고통 속에 은혜가 숨어 있고, 그 은혜를 발견할 때 인간은 한 단계 성장하고 성숙해지니까요. 의미 없는 흔적이지만, 작은 먼지들이 쌓여서 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봅니다.

3. 책을 집필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또는 즐거웠거나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항상 시를 쓰고 나면 주변의 지인들에게 피드백을 받습니다. 이 시가 공감이 되는지, 느낌이 좋은지.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대부분 너무 어두운 내용만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제가 다시 봐도 밝은 내용의 시는 별로 없더라고요. 또 어떤 친구들은 중2병에 걸린 거냐고 말해주기도 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공감이 되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은 부분보다 어두운 부분에 집중하는 게 새로운 밝음을 찾아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주변의 피드백은 언제나 희망을 찾는 큰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4. 책 내용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애착이 가는 구절이 있나요?

가장 애착이 가는 부분은 아무래도 〈선리기연〉인 것 같습니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많이 울었거든요. 손오공의 마음이 이해가 갔습니다. 대부분 사랑이라고 하는 감정을 세속적인 감정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깨달은 사람은 사랑이란 감정과 먼 사람이며 깨달은 사람들에게 감정은 무의미하다고 생각을 하죠.

하지만 인간 본연의 감정이란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진리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감정에 민감해져야 하니까요. 감정에 휩쓸리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감정을 알아차리고, 감정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감정에 민감한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이란 감정은 아이러니하게도 세속적인 동시에 성스럽습니다. 〈선리기연〉 속의 손오공이 그렇지 않을까 합니다. 긴고아라는 틀을 벗으면 사랑은 자유로워지고, 더욱더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을까요?

5.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셨나요?

글이 잘 써지지 않으면 종교 경전을 읽습니다. 경전 속에는 많은 가르침들이 있고, 또 낯설게 하기의 정수가 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이란 건 사실 관념에 박힌 것이라 통상적인 언어가 쓰일 때가 많아서 식상한 표현을 쓰기가 참 쉽습니다. 식상한 표현을 쓰더라도 뭔가를 담아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보통의 표현에서 새로운 의미를 담아내고, 평범한 단어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전이나 고전을 읽으면서 단어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곤 합니다. 그러고 나서 가만히 앉아 명상을 하게 되면 종종 단어들이 떠오르곤 합니다. 그것을 토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6. 이 책을 접할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푸시킨의 시를 좋아합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픔의 날을 참고 견디면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이 구절을 읽으면서 삶은 과연 내게 무엇을 전하고 싶어 하는가 곰곰이 생각해보곤 합니다. 생각해보면 삶은 단 한 번도 나를 속인 적이 없습니다. 다만 메시지를 전달할 뿐이죠. 삶이 우리를 속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를 속인 겁니다. 마음이 미래에 있으니까요. 모자라고, 멍청하고, 무능력하고, 찌질한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한 발자국도 내디딜 수 없습니다. 그 모습 또한 나이기 때문입니다.

나를 버린다고 내가 나아질까요? 나를 버리고 내가 한 걸음이라도 전진할 수 있을까요? 버리면 다시 돌아옵니다. 버리는 것은 답이 아닙니다. 수용하고 포근히 안아줘야 합니다. 사랑해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으로 극복하고 나아갈 수 있습니다. 찌질한 나를 만나고, 사랑하는 시간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7. 바른북스와 함께하면서 인상 깊었던 점 혹은 만족한 부분을 적어주세요.

바른북스를 처음 알게 된 건 인터넷에서였습니다. 평판이 굉장히 좋았거든요. 작업을 하면서 평판이 좋은 이유를 여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작업물 하나하나 자신의 일처럼 최선을 다해주시는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저보다 더 꼼꼼하게 체크하시고 점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표지 담당 디자이너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무런 밑그림도 드리지 않았는데 내용을 보시고 그 느낌을 담아주신 것만 같았습니다. 바르다는 건 어려우면서도 참 고된 길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있죠. 결국에는 다 바름으로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바른북스 출판사와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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