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본 한순간》 이희천 저자 인터뷰

이희천 | 2021-08-13 | 조회 789

 

1. 너를 본 한순간을 출간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낙타의 노래》를 출간 후, 약 7년 만에 다시 장편소설을 출간하게 되었다. 오랜 공백 기간 동안 글을 안 쓴 것이 아니라 소설의 장마다 등장하는 시를 간간이 써 왔었다. 어쩌면 소설보다는 시집을 먼저 낼 수도 있었지만 지난날 연수 중에 만났던 한 스님의 여운이 몇 달이 지나도록 가시지를 않았다. 그것을 모태로 글을 썼는데 장편소설로 출간까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결국, 제 인생의 케어를 해 주시던 어느 분이 문설주 그 기막힌 사연의 시를 읽으시고는 물심양면의 도움을 주신 것에 용기를 얻어 더 열심히 썼고, 결국,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희뿌연 눈빛으로도 저승을 향할 날이 머지않았음에도 늙은 자식을 걱정하는 모정만큼이나 이 책이 세상으로 여행을 하게 되어 무엇보다도 기쁘다. 앞으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어떤 마음으로 비평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저 책을 끝까지 읽어 주시는 그 자체만으로도 흥분되고 기쁜 일이라는 즐거움을 감출 수가 없다. 몇십 년 전의 어느 칼럼니스트가 용돈이 생기면 한 권의 책마저 사지 않고 유흥가 뒷골목만 어슬렁거리는 젊음에게 성병 있으라는 짓궂은 험담처럼 요사이는 신문이고 책을 너무 읽지 않는데 어느 책이든 책을 읽는 풍토가 조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너를 본 한순간》이 그 계기가 되었으면 더욱 좋을 일이기는 하지만.

2. 너를 본 한순간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무는 가을의 오색 단풍, 그 아름다움이 눈사태처럼 내 눈으로 마음으로 들어오고 있을 무렵, 저만치서 걸어오는 비구니는 마치 보지 못한 천사가 되어 사뿐사뿐 나를 향하여 발자국을 옮기고 있었다. 나는 인사를 하였고 옆의 동료들도 단지 미인이라서가 아니라 그 어떤 묘한 느낌을 받았는지, 나이답지 않게 우리들은 전깃줄의 참새처럼 조잘거렸다. 몇 달이 지나도록 우리는 도마 위에 그분의 이야기를 올려놓았다. 처음엔 시를 쓰려고 끄적거렸다. 그러다 보니 소설까지로 발전하게 되었다.

요즈음, 돈만 중요시하고 휴머니즘이 없는 각박한 세상에 추운 겨울, 할아버지께서 구워 주신 군고구마 같은 따듯한 사람들의 사랑을 그리고 싶었다. 또한 정치가 교육에 개입한 요즈음, 참다운 교사가 없다고들 하는데, 선희를 상담해 주던 과거의 그런 선생님도 한 번쯤 그려 보고 싶었다.

3. 책을 집필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또는 즐거웠거나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수개월의 집필 과정 동안 추운 겨울의 경포해변을 혼자서 걷던 일, 여수 해안절벽의 커피숍에서 글 쓰는 동안, 그 긴 하루를 굶어도 길지 않은 하루를 보냈던 일, 경남 고성의 어느 호텔에서 잠을 잤는데, 자고 일어나니까 바다 위에 침대가 둥둥 떠 있는 풍광을 느끼면서 마시던 모닝커피 한 잔이 너무 좋았다. 그런 풍광처럼 자고 일어났더니 이 책이 많은 이들의 입가에 오물거려 전해져 있었으면 좋겠다. 책 표지 도안에 고민을 많이 하다가 요즈음 사람들의 여행 가고 싶은 간절한 욕망과 마음의 위안을 줄 수 있는 곳인 아늑한 산사를 표현하고 싶었고, 책의 내용과도 어울리는 기획을 해서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만족할 수 있는 표지가 된 부분이 다행이었다.

4. 책 내용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애착이 가는 구절이 있나요?

부하 소방관의 죽음으로 고아가 된 아이들을 챙기는 것은 살아 있는 어른들의 몫이라는 부분과 선희가 방황하던 시기에 담임이 자신도 고아였다며 그녀에게 먼저 다가가 상담을 하는 장면, 은사 스님의 대화, 입적을 하면서 남긴 몽당연필과 편지의 사연으로 뉴욕이 그려지고, 허드슨강의 다리 아래 반짝이는 물빛을 바라보며 용하가 준 책갈피에서 “나는 너를 본 이후, 단 한 순간도 내 삶을 후회해 본 적이 없었다.” 구절을 읽고 눈을 감았던 선희의 모습.

5.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셨나요?

독수리타법으로 글을 썼기에 느리기도 했지만 어떤 날은 마음먹고 커피숍에서 하루를 보냈는데 A4 한 장을 썼다. 커피를 8잔을 마시기도 했지만 주로 차를 몰고 여행을 했다. 멋있고 좋은 풍광을 잘 아는 형이 같이 안 갔어도 코치를 잘해 주셨다. 혼자만의 여행으로 글 구상을 했으며, 어떤 한 줄 문구는 새벽에 자다가도 일어나 휴대폰에 메모해 놓았다가 옮겨 쓰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결국 글이 잘 쓰이지 않은 때는 내 마음속의 문제였던 것 같았다.

6. 이 책을 접할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때로는 사랑하고픈 사람들을 사랑할 수 없었던 마음의 상처에 붉은 핏물이 배도록 인생의 괴로운 후회를 하면서 사는 것이 오늘날의 우리들이다. 니체는 사랑을 잃고 신은 죽었다고 했지만, 괴테는 늙은 나이에도 사랑을 했다. 사랑에는 나이가 없어도 좀 더 품위 있는 고상함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면서 사랑할 수 있는 그 대상이 누구이든 “나는 너를 본, 단, 한순간이라도 내 삶을 후회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독자 여러분들이 이미 만나고 있기도 하지만, 또한 하루빨리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7. 바른북스와 함께하면서 인상 깊었던 점 혹은 만족한 부분을 적어주세요.

많은 출판사 중에서 고르고 골라 몇 곳의 견적을 받고는 내가 원하고 맞는 곳이라고 여겨졌던 곳이 ‘바른북스’였다. 친절하고 부드럽게 상담해 주신 담당 편집자님께 감사드린다. 자식 같은 책을 만족스럽게 출간하게 되어 기쁜 마음이고, 뵙지는 못했지만 이 책의 출간이 좋은 결과를 얻어 한 번쯤 인사드릴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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