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 게 없어 버릴 것만 남았다》 정진용 저자 인터뷰

정진용 | 2020-11-23 | 조회 1224

 

1. 《버릴 게 없어 버릴 것만 남았다》를 출간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두 번째 시집을 묶었습니다. 제 시를 좋아하는 분께 책으로 보여드리게 되어 기쁩니다. 작년에 낼 계획이었는데 너무 어설펐습니다. 거의 1년 동안 빼고, 넣고, 고치고 다듬고 또 매만졌습니다.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고서도 계속 수정했습니다. 200여 번 고쳤습니다. 재주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만 한글과 제 시를 좋아하는 분에 대한 예의를 갖추려는 마음 때문입니다. 제 시를 읽는 분이 저의 수고와 감성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2. 《버릴 게 없어 버릴 것만 남았다》를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직장 따라 제주에 내려왔습니다. 아니 자원해서 왔습니다. 많은 사람이 못 갈 데 가는 것처럼 왜 가느냐고 물었습니다. 걱정도 했습니다. 일부러 여행도 가는데 직장 따라가서 일도 하고 여행도 하는데 뭔 난리냐고 답했습니다. 육지에서 가져온 승용차로, 자전거로, 버스로, 도보로 제주의 오름, 비자림, 사려니숲, 곶자왈, 한라산, 제주의 섬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만난 단상을 시로 썼습니다. 제주의 겉모습과 함께 그 속에 깃든 아픔이며 슬픔도 전하고 싶었습니다. 제 나름대로 제주를 홀로 누린 여행기입니다.

3. 책을 집필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또는 즐거웠거나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먼저 초고를 밴드에 올려 반응을 봤습니다. 반응도 반응이지만 제가 미처 생각 못 했던 부분을 지적받았을 때 기분 좋았습니다. 새로운 시각으로 초고를 볼 수 있었으니까요. 밴드 활동은 더욱 좋은 글을 쓰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어려웠던 점은 묘사가 생각을 못 따라갈 때, 눈은 그런대로 높은데 손끝이 야물지 못했을 때, 상황이나 감정 표현에 딱 들어맞는 어휘를 못 찾았을 때가 어려웠습니다.

4. 책 내용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애착이 가는 구절이 있나요?

「비설(飛雪) 자장가」입니다. 총에 맞고 쓰러지는 엄마가 아이를 안고 있는 조각상입니다.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 과정에서 수많은 주민이 희생당한 사건’이 4·3입니다. 4·3을 한눈에 보여주는 것이 비설(飛雪)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하나하나의 시편마다 제 애정과 땀이 다 스며 있습니다. 좀 못난 구석이 있는 시편도 있겠지만 다 제 자식입니다.

5.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셨나요?

글을 더 썼습니다. 매일 출근해서 두 시간 정도 글을 쓰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일정 시간 동안 글을 쓰고 있기에 잘 써지지 않을 때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글을 아주 잘 쓰지는 못했습니다. 술, 글, 바둑은 강해지려고 한다고 해서 강해지진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술을 많이도 마셨습니다. 술을 많이 마시면 시는 저절로 써진다는 말도 있잖습니까. 속만 쓰렸습니다.

6. 이 책을 접할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제주를 볼 때 볼거리, 먹을거리만 찾아다니지 말고 제주가 왜 아름다운지, 애먼 사람들의 희생으로 더 아름다운 건 아닌지 살펴봤으면 좋겠습니다. 어디를 가나 사람 사는 건 비슷하다는 것도 인정했으면 좋겠습니다. 제주에 대해 너무 환상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디론가 떠나는 것이 여행이라면 가만히 앉아 있어도 여행입니다. 시간이 나를 옮겨주니까요. 여행은 말만 들어도 기분 좋습니다. 세상을 여행하듯 사시기 바랍니다. 다른 세상도 즐거운 마음으로 맞을 수 있도록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7. 출판사 담당자에게 전할 말 또는 출판 후기를 부탁드립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계약부터 인쇄 승인까지 바쁜 한 달을 살았습니다. 이만하면 됐지 싶어 들여다보면 마음에 안 들어 고치고 다시 고치고 또 고치고……. 어떨 땐 때려치우고 싶었습니다. 시를 안 읽는 시대, 사람들이 볼거리에 복속한 시대 무슨 시를 쓰나, 생각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저만의 방법으로 한세상을 사는 게 시를 쓰는 일이라 생각하고 진행했습니다. 책이 나오도록 고생하신 출판사 담당자님 고생하셨습니다.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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