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으로 만난 동서양의 심리》 허문회 저자 인터뷰
허문회 | 2020-11-23 | 조회 654
1. 《상담으로 만난 동서양의 심리》를 출간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흔히 많은 사람은 서양의 심리분석이 동양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예컨대 동양에서는 남들 앞에 내세우기 어려운 짙은 수치심을 내담자로부터 떼어내어 객관화시켜 봅니다. 즉 ‘한계의 끝에서 머물러 멈추어야 하네요.’라고 한계의 끝 즉 경계선에 수치심이 있음을, 또 경계선을 벗어나면 다루기 어렵게 됨을 알게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객관화시킨 ‘삼가고 두려운 한계의 끝’에 있는 뭉치 덩어리 수치심을 해체하여 열등감의 하나로 스스로 극복해야 할 감정과 좋은 향기가 나는 감정으로 나누어 치유하고 있습니다.
짙은 수치심에 접근할 때도 ‘제압할 수 있지만 제압하지 않고 뜰에 사람이 보여도 애써 못 본 것처럼 지나쳐가듯’ 직접 수치심이라고 거론하지 않고 개념이 모호하나 짙은 수치심을 뜻하는 용어(예: 한계의 끝에서 머물러 있는 것, 삼가며 두려운 것)로 일부러 조심조심 접근하고 있습니다. 정도가 높은 짙은 수치심이나 죄의식은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스러운 나만의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감정을 객관화시켜 보고 이를 해체시켜 치유하는 방법은 최근에 우리나라에 소개되기 시작한 이야기(narrative) 상담학파에서 주장하는 외재화와 해체이론입니다. 이처럼 서양에서도 비교적 근래 이론으로 알려진 상담이론을 동양에서는 3,000년 전에 사용하고 있으며 그런 놀랄 만한 심리분석 실례는 참으로 많습니다. 에릭슨 학파의 이중구속제도, 나르시스틱한 성격장애를 안고 있는 사람에 대한 상담 치유, 글래서의 선택이론 적용, 해결중심학파의 예외 끌어내기 기법 적용 등 많은 서양의 현대 심리분석 내용을 동양에서는 이미 3,000년 전에 상담 사례로 언급하고 있었습니다. 저자도 글을 쓰면서 동양의 심리분석과 상담 방법이 이만큼 수준 높게 이루어졌는지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책으로 소개하게 되어 정말로 기쁩니다.
2. 《상담으로 만난 동서양의 심리》를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처럼 놀라운 동양의 심리분석과 상담 방법을 다룬 책은 바로 《주역(周易)》입니다. 《주역》의 진가를 최초로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되어 연구결과(박사 논문, 2018, 단국대)로 만족할 수 없어서 우선 각 괘 3 효만을 기준으로 책으로 펴내게 되었습니다. 주역은 공자가 직접 언급한 문언 전 등 10권의 주역 해설책(10익)을 역전이라고 부르면서 본래의 주역은 뒤로 숨고 역전의 해설 내용이 중시된 관행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주역》은 역전의 영향으로 유교 사상이 배어 있는 형이상학적인 철학 서적으로 어렵게만 기술되었고 모든 주역 책은 문언 전, 상전, 단전 등 소위 10익(역전)이 함께 덧붙여져 두툼한 책이 되었습니다. 역전에 의한 주역 해설이 관행이 되어 유교가 성립된 이후 오늘날까지 한 번도 《주역(역경)》을 독립적으로 본질에 맞게 해석한 예와 그런 내용을 담은 책이 없습니다. 이 책은 역전보다 일찍 성립된 주역을 후에 나온 유교 사상에 의해 변질되지 않고 본래의 성질에 맞게 고어의 한문 뜻을 적용하고, 자연의 언어를 본래의 의미대로 푸는 등 쉽게 해석하여 동양의 심리분석 내용으로 인정하였습니다.
3. 책을 집필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또는 즐거웠거나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서양의 상담심리학은 매우 다양한 학파가 존재합니다. 심리학자 가필드(Garfield, 1999)는 미국만 해도 약 400개의 학파가 있어 각 학파는 나름으로 이론의 독특성과 우수성 면에서 앞서 있다고 주장합니다. 다행히 공통요인(common factors)을 발견하여 서양의 정통성 있는 상담심리학 분야의 이론이라고 확정하기까지 가장 어려웠습니다. 공통요인은 상담심리학 분야에서 모든 학파가 나누고 공유할 수 있는 핵심적이고 중요한 상담이론, 상담 방법을 말합니다.
그보다도 어려웠던 점은 ‘주역이 정말 동양의 상담심리학인가.’라는 관점입니다. 많은 사람이 주역을 철학 서적으로 이해하나 편견에서 벗어나 주역은 심리 상담한 선별된 사례집임을 박사 논문으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각 괘 3 효를 기준으로 하나하나 상담한 이야기를 기술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 주역 해석 책들은 주역 본질에 맞게 해석된 것이 아니어서 독자적으로 해석할 때 참조할 내용도 없어 쉽지는 않았습니다.
4. 책 내용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애착이 가는 구절이 있나요?
⚫ 여(旅)의 의미
56괘에 나오는 여(旅)는 ‘나그네가 되어 여행하다.’라는 뜻이다. 누구나 앞길이 보이지 않는 막다른 길에 처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때는 쉼이 답이다. 쉼을 가지려면 여행을 가야 한다. 실타래 같이 얽히고설킨 문제의 바구니 속에 있을 때는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 훌쩍 떠나야 한다. 그냥 경관을 보며 또 일상을 힘차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여행을 즐기는 것이다. 신선한 대안은 기존의 굴레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남의 일같이 먼발치로 볼 때 대안은 보인다.
여행을 가야 문제에서 벗어나 쉼을 가질 수 있다. 그러면 주역이 말한 여행은 작게 뻗어 나가야(旅 小亨) 한다는 참 의미를 느낄 수 있다. 뻗어 나감(亨)은 적극성이다. 소(小), 즉 작다는 수식어가 붙었다고 적극적 성격이 소극적 성격으로 변화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것도 먹어보고, 저것도 눈으로 보고, 이 일도 참견해보고, 저 일도 고민해보는 등 그렇게 소소한 사물과 일에도 적극적 관심을 가져야 여행은 즐겁다. 그러다 보면 골치를 썩이는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가 손에 잡히기 시작한다.
5.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셨나요?
심리학도 주역도 어려운 분야입니다. 어려운 분야를 일반 독자들에게 어떻게 어필할 수가 있을까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가능하면 쉽게 쓰려고 노력했으나 독자분들에게 생소한 전문용어도 있고 해외 논문에 있는 사실을 우리 정서에 맞게 표현하는 데 한계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고 갈 젊은 세대의 스펀지 같은 지식 흡수능력과 이해력을 걱정하는 것은 기우에 불과할 것입니다.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고민하기보다는 이 책이 아니면 전달할 수 없는 살아 있고 진솔한 새로운 앎을 담는 것이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번거로울지 모르나 학자들의 견해나 그들의 주장을 인용하여 진실한 내용의 상담 이야기임을 증명하듯이 기술했습니다.
6. 이 책을 접할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하루하루가 급변하는 시대에 3,000년 전의 주역의 상담 이야기가 무슨 감동을 주겠느냐고 반문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심리는 시대가 달라도 감정의 변화에 따라 어느 정도 보편적인 성향에 따라 움직입니다. 또 사람은 의식 세계에서 출로가 막히면 무의식 세계를 이용합니다. 이 책을 보면 실패자의 감정 변화에 따라 달리 행동하는 모습과 무의식 세계를 이용하여 행동하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때의 상담 방법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실패한 사람이 내담자가 되어 상담을 실제 받는 것처럼 힐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또 상담자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은 서양의 핵심적이고 중요한 상담 방법인 공통요인을 상담 사례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이용되고 있는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7. 출판사 담당자에게 전할 말 또는 출판 후기를 부탁드립니다.
아무리 맡겨진 일이라도 남의 원고를 꼼꼼히 들여다보는 것은 정말 인내가 필요한 힘든 작업입니다. 책으로 나오기까지 수고한 편집 담당 조은아 선생님 등 편집과 표지 도안에 참여하신 분들께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책으로 나오게 된 것은 그분들의 노고가 뒷받침되어 이루어졌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