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할 수 없는 말》 정운 저자 인터뷰

정운 | 2020-11-23 | 조회 814

 

1. 《대체할 수 없는 말》을 출간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후련한데 두려워요. 내 손에서 완벽하게 떠났다는 건 이제 타인의 품으로 도착한다는 뜻이니까. 끝나는 동시에 시작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음식에 비한다면 정성을 다해서 만든 요리를 오늘 처음 보는 사람이 시식해주는 일 같아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른 걸 알고 있지만, 맛있다는 한마디에 그간의 노력은 빛나겠죠. 지금이 그 순간이에요. 그게 무엇이든 기다리고 있어요. 설레고 두려워하면서.

2. 《대체할 수 없는 말》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내가 모른 채 그냥 지나쳤던 순간, 잠시 머물렀던 시선. 사소한 것들 안에도 사랑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내가 깨달은 아름다움을 다른 사람에게도 이야기해 주고 싶었어요. 발견하지 못하고 무심코 지나쳤던 모든 작은 순간이 다 사랑이었다고 혹은 지금 보고 있는 눈앞의 그것이 사랑이라고. 알려 주고 싶었어요. 시간은 잔인할 만큼 우리의 상황과 무관하게 빠르게 흘러가고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에게 시간을 멈출 수 있는 능력은 없으니까. 대신 내가 발견한 그 순간들을 멈춰 놓는 거예요. 소중한 순간을 붙잡아 곁에 두는 일. 그게 글을 쓰는 일이었고, 그 안에 있는 것은 전부 사랑이었어요.

3. 책을 집필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또는 즐거웠거나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집필을 마치고 나서 문득, 원고에 사랑이라는 말이 몇 번 쓰였을까 궁금했어요. 300이라는 숫자가 딱 떨어졌을 때 그게 너무 신기하고 두근거렸고, 앞서 지은 책 제목과도 스토리텔링이 되는 점이 묘하게 좋았어요. 이만큼 반복되어도 눈치채지 못했구나. 지겹지 않을 수가 있구나 하면서. 사랑의 비일비재함 속의 고유성을 또 한 번 느꼈습니다. 그 사건을 제외하고는 전부 외롭고 불안한 순간이었어요. 글을 쓸 때 과몰입이 되는 것이 가장 힘든데, 원고를 수정하려면 수십 번을 읽어야 하니까. 똑같은 글이라도 다른 날에 읽으면 그 기억으로 떠나게 되거든요. 반갑지 않은 꿈을 연속으로 꾸는 것 같아 힘들었어요. 슬픔이 슬픈데 나중에는 기쁨도 슬픔이 되어 버리는 게.

4. 책 내용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애착이 가는 구절이 있나요?

제가 쓴 글에 애착이 갔던 일은 극히 드물지만,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구절이 있어요. ‘세상은 내일이 중요하다 강요하지만, 유독 어제가 소중해질 때가 있다. 엄마의 웃는 얼굴을 보면 그랬다. 어제가 너무 소중해지곤 해서…. (중략)’ 앞으로 저에게 올 수 있는 어떠한 종류의 사랑도, 그 앞날을 예측할 수 없지만 단 하나의 사랑은 확신할 수 있어요. 엄마에 대한 사랑. 받은 것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지만, 너무 느리지 않게 제대로 보답하고 싶어요.

5.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셨나요?

해결하려고 노력한 적은 없어요. 어쩌면 해결한다는 말 자체가 문학이라는 것에 어울리지 않는 것도 같아요. 문학에는 정답이 없으니까.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쓰지 않아요. 반면 글이 잘 써지는 날에는 최대한 폭주해서 쌓아두려고 노력해요. 그런 날이 자주 오지 않아서…. 아, 한 가지 영향력이 있는 일이 있어요. 내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 듣는 일. 타인의 문장을 더듬어보는 일. 내가 나에게서 떠나보면 그곳에는 새로운 세계가 있어요. 해결이라기보다는 결국에는 좋아하고, 몰입하면 되는 일인 것 같아요. 글도, 사람도.

6. 이 책을 접할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이전에는 출간하면 무조건 읽어달라 호소했지만, 이제는 질문을 한 후에 그 대답을 듣고 책을 건네주고 싶어요. 조금 더 섬세하고 자세한 사랑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기회를, 내가 발견한 작은 아름다움을 나누어줄 수 있는 시간을 저에게 줄 수 있을까요.

7. 출판사 담당자에게 전할 말 또는 출판 후기를 부탁드립니다.

출간까지 도움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무엇이든 혼자의 힘으로 이루어낼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속삭이는 숨 같은 말이라도 세상을 향해 작게나마 메시지를 전달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전히 문학은 저에게 유일한 빛이기 때문에 덕분에 저의 작은 세상이 조금은 더 밝아졌고, 특별한 스물아홉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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