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드림 팀(The Dream Team)》 김지오 저자 인터뷰

김지오 | 2020-11-23 | 조회 741

 

1. 《더 드림 팀(The Dream Team)》을 출간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내 인생에서 꼭 해야만 할 일을 기어이 해낸 느낌이다. 문득 십여 년 전쯤에 이야기를 구상하며 신나했던 내가 떠올랐다. 물론 그때는 이 이야기가 소설로 마무리가 될 줄 몰랐다. 돌이켜보면 책, 특히 이야기책들은 나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가장 오래된 친구였다. 여전히 재밌고 새롭지만 언제라도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놓여있는, 그런 친구를 한 권 더 가지게 되었다. 나의 일부분을 지닌 분신과도 같은 특별한 친구를. 이 친구는 친근함을 넘어서서 아마도 나와 납골당(?)까지 함께 가지 않을까 한다.

2. 《더 드림 팀(The Dream Team)》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철이 덜 들었을 때, 주제도 모르고 〈맨 인 블랙〉 같은 영화만이 줄 수 있는 재미와 〈살인의 추억〉에서 본 완벽한 디테일이 살아있는 시나리오를 쓰고 싶었다.

2008년에 시나리오로 만들어 그해 겨울에 열린 공모전에 냈는데 그 후로 감감무소식이었다. 공모전에 내기 전, 유명한 영화사 PD에게 같은 시나리오를 한번 보인 적이 있었는데 시나리오 완성도의 여부를 떠나 판타지 장르로는 한국 영화계에서 투자를 받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분이 “지금 당신 수중에 십억의 현찰이 있는데 그걸 당신의 시나리오에 망설임 없이 당장 투자할 수 있어야 남의 주머니도 열 수 있다.”는 말씀에 시나리오 작가의 꿈을 접었다. 영화계의 흐름도 무시할 만큼의 완성도가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었는데 그때 현타가 왔다.

그렇게 덮어두고 시간이 흘러 잊고 살다가 드라마 〈도깨비〉와 영화 〈신과 함께〉가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것을 보고 잊혀진 내 시나리오가 떠올랐다.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드디어 판타지 장르가 트렌드가 되었구나.’였다. 그리고 이제는 느리고 용량이 적다는 이유로 쓰지 않는 구식 컴퓨터를 뒤져 시나리오 원고를 찾아냈다. 오랜만에 마주한 내 시나리오는 다시 읽기가 창피할 정도로 허술하고 낡아있었다.

십여 년 전에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주는 반짝반짝함으로 뿌듯했었는데 오랜만에 열어본 시나리오 안에는 ‘클리셰’라고 불리는 닳고 닳은 것들로 가득 차있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결심했다. 오래되고 낡은 것들 사이에 가려져 있는 몇몇 아직도 빛을 내는 것들을 세상에 내보내기로. 그래도 아직까지는 몇몇 빛을 내는 것들이 분명히 내 글 안에 숨어있다고 믿으며. 그런데 아직까지 〈도깨비〉와 〈신과 함께〉를 못 보고 있다. 혹여라도 겹치는 아이디어나 장면이 있을까 봐 겁이 나서.

3. 책을 집필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또는 즐거웠거나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어렸을 때부터 시나리오 작법으로만 글을 써왔기 때문에 막상 소설을 쓰려니 작법의 간극이 너무나 커서 모든 게 힘들었다. 이건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고민이자 해결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나는 아직도 내 소설 속의 문장들이 어색하다. 더군다나 모국어가 완성되기도 전에 외국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해야 하는 환경에서 자라서 남모를 모국어 콤플렉스가 있다. 의무 교육 이후의 국어 교육은 전부 독학이었다. 특히 새로 바뀐 맞춤법과 번역체를 지적당할 때, 뼈가 아프다.

4. 책 내용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애착이 가는 구절이 있나요?

책의 중반까지는 큰 어려움 없이 꾸준히 썼는데, 그 이후로 이상하게 단 한 글자도 써지지가 않았다. 그 당시에는 소설을 쓰는 것에 큰 기대가 없었던지라 이 년 가까이 그냥 내버려 두었는데 이래서는 죽을 때까지 끝낼 수 없을 것 같았다.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심정으로 웹소설 사이트에 가입해서 일주일에 두 번, 한 번에 오천 자씩, 만 자 이상을 쓰겠다고 약속을 걸고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쓰기 시작했다. 결국에는 직장과의 병행이 쉽지 않아 일주일에 한 번, 오천 자씩 쓰면서 끝을 맺었다.

웹소설 사이트에 들락거리면서 웹소설 잘 쓰는 팁을 얻기도 했는데 그중 하나가 남녀 주인공이 ‘잠을 자는 장면’을 쓰는 것이었다. 성인 인증을 해야 읽을 수 있는 수준, 즉 19금 적인 표현과 아닌 것을 구분하기 위해 많은 웹소설들을 찾아보며 감을 익혔다. 수위 조절을 위해 신중하게 단어들을 고르고 묘사에 신경을 많이 써야만 했다. 다행히 직접적인 묘사나 표현 없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수준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5.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셨나요?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독자와의 약속을 어길 수가 없어 소설의 중후반부는 억지로 쥐어짜듯 썼다. 억지로 쥐어짠 글과 ‘그분’이 오셨을 때 쓴 글의 수준이 확연히 다르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내 손가락들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춤을 추듯 저절로 움직일 때가 있다. 그때 쓴 글은 문장도 좋고 퇴고도 많지 않지만 억지로 쓴 글은 나중에 손이 정말 많이 간다. 셀 수 없이 많은 수정을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장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게 부지기수다.

6. 이 책을 접할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낡음과 익숙함이 적절하게 섞인 편안한 소설입니다. 가끔 반짝거리는 것들을 발견하시고 그것을 ‘재미’로 느끼신다면, 이 책을 다 읽고 나신 후 괜찮은 오락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온 것 같은 기분을 가지신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7. 출판사 담당자에게 전할 말 또는 출판 후기를 부탁드립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저와 함께해주신 조은아 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개인적으로 가까워지고 싶을 만큼 친절하시고 다정하셨어요.^^ 만약 《더 드림 팀(The Dream Team)》 연작을 쓰게 된다면 꼭 다시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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