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순아! 2 남순, 여자의 사랑》 김남순 저자 인터뷰
김정식 | 2020-11-23 | 조회 787
1. 《남순아! 2 남순, 여자의 사랑》을 출간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꼭 70년이 지난 2018년 『남순아!』 제1권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지난 1년간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행복한 나날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내 인생의 자아 찾기 여행이 나이 70이 되어서야 시작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다시 글이 쌓이며 『남순아! 2』를 내놓게 되었습니다. 1권에서 어느 정도 나 자신을 돌아보며, 지극히 나의 세계로 깊이 빠져들어 창피해서 꺼내 놓지도 못했던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들킬까 봐, 외면당할까 봐, 가슴이 미어질까 봐, 설레기도 했고 증오하기도 서슴지 않았던 남순, 여자의 사랑.
글을 쓰며 수없이 많은 과거의 날들을 되짚어 보았습니다. 다시, 생이 반복된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많은 시간 들, 그 너머에는 꼭 어렸던 여자 남순의 책임만은 아닌 그리고 그녀가 사랑했던, 그녀를 사랑했던 그만의 책임이 아닌 많은 일 들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허허, 이제야. 되돌릴 수는 없지요. 그러나, 가슴 속의 응어리가 한결 희석되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2. 《남순아! 2 남순, 여자의 사랑》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나는 나의 박물관에 나의 것을, 내 지나온 삶을, 내 기억들을 전시할 뿐입니다. 드라마틱하지도 않은 늙은 여인의 박물관에 누가 관심이 있겠습까? 그렇게 살아오지 않은 사람들이 뉘 있겠습니까? 70이 넘어 싱싱한 얼굴로, 뾰족구두를 신고 거울 앞에 서서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여자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그러나 저는 저의 박물관에 꼭 찾아서 가져다 놓아야 할 것이 있었습니다. 혹 세월 속에 사라졌거나 아예 처음부터 없었다면 일부러 다시 만들어서라도 가져다 놓을 것이 있었습니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저의 여자로서의 삶.
‘남순. 여자의 사랑.’
진정 여자였던 적이 있었는가? 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할머니들이 얼마나 있는지. 그렇다면 문득문득 남들 몰래 그 기억을 떠올리며 살아온 삶에 어떤 의미였는지.
3. 책을 집필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또는 즐거웠거나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책을 집필하는 과정은 아들인 김정식 시인과 함께했습니다. 아들은 여자로서의 삶에 대해 더 적나라한 노출을 주문했어요. 그래서 주저하면서 쓴 글들이 많았고 사실 아직도 남사스럽다는 생각이 드는데, 작가가 견뎌내어야 할 의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아들에게 다 말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말 못 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감추고 절제하였다면 오랜만에 저 자신을 여자로 되돌리는 일에 실패할 수도 있었겠어요. 앞으로 또 감당할 일이 있다면 담담히 감당해 나아갈 생각입니다.
4. 책 내용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애착이 가는 구절이 있나요?
이 책은 젊은 시절 파랑새의 꿈을 꾸던 여자가 세상을 견디어 나가면서 그 꿈이 무엇이었는지, 그런 꿈을 꾸었는지도 모른 채, 시간이 지나 우연히 발견하게 된 롱펠로우의 화살처럼 문득, 멈추어 과거 화살을 쏘던 때부터 다시 여자를 회상해 나가는 내용입니다. 힘겨운 삶 가운데도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바라보며 한강이 흘러야 하고, 인생도 살아내야 하고, 여자로서 그와의 속박의 삶에서 벗어나고자 헤어지는 연습을 수없이 했는데 어느덧 평생 연습만 하다 끝나게 생겼습니다.
모든 여자에게 묻고 싶습니다. 여자는 평생 헤어지는 연습을 하나요?
5.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셨나요?
전문 작가도 아니고, 글이 언제나 잘 써지지 않지요. 그래도 납부일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생각나면 쓰고, 또 한참을 잊고 있다가 또 생각나면 그때 씁니다. 가끔 여행을 다니는 데(1권에서도 ‘혼자하는 여행’이란 제목으로 소개했지만) 그게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관찰과 기억, 묘사와 서술을 하면서 꽤 여러 장의 글이 나오면 그 속에 몇 편은 건질 수 있으니까요.
6. 이 책을 접할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제 책을 읽는 독자가 있으시다면, 제에게는 정말 귀하고도 귀한 인연입니다. 칭찬해 주시면 희망의 에너지가 솟구칩니다. 많이 부족하더라도 너그러이 용기를 북돋아 주시는 게, 부족함을 꼬집는 것보다 훨씬 좋습니다. 아직 제 글에 대한 비판을 수용할만한 도량은 안 되는가 봅니다. 평생 헤어지는 연습만 하는 여자로서의 삶에 얼마나 공감을 하시는지 귀한 인연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