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만나는 논어》 황영훈 저자 후기

황영훈 | 2024-12-02 | 조회 212

1. 《진료실에서 만나는 논어》를 출간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이번에 책을 하나 써봤습니다. 논어에 관한 내용입니다.”라고 하면 주위 반응은 한결같습니다. “네? 논어요?” 그러고는 정적이 흐릅니다. 아마도 ‘설마 고등학생 때 배웠던 그 논어?’, ‘그거로 책을 쓴다고?’,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뭐라 할 말이 없네’라고 생각들 하시는 것 같습니다. 제 성향을 잘 아는 아내는 “당신답네요.” 하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초등학생 아이는 “아빠, 거기 나도 나와?” 하며 신기해했고, 부모님은 “니는 맨날 고생만 하고 돈도 안 되는 그런 거 하고 있냐? 근데 니가 논어를 제대로 아나?”라고 걱정하셨습니다(세상 모든 부모님들이 그러하시듯).

2. 《진료실에서 만나는 논어》를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괴테의 “사람은 지향하는 한 방황한다(Es irrt der Mensch, solang er strebt).”는 말을 정말 좋아합니다. 방황을 하더라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어쩌면 제대로 열심히 살고 있다는 뜻이구나’라는 생각에 위안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20대와 30대에는 방황의 순간이 힘들더라도 소중한 자산이 될 거라 믿고 기꺼이 받아들였는데 ‘언제부터인가’ 방황할 때 하더라도 적어도 지금 내가 생각하는 ‘목적지’가 뚜렷하고 그 방향을 알려줄 ‘나침반’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점점 더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 ‘언제부터인가’가 40대의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디서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이 책 저 책 열심히 살펴보다가 논어를 펼치는 순간, 그 길이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잘 알려진 대로 논어는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에 공자와 그의 제자들이 나눈 이야기가 담긴 책입니다. 흔히들 그 내용이 ‘뜬구름 잡는 옛날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잘 살펴보면 지금 이 순간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천적 지혜(practical wisdom)’가 가득 담겨 있습니다. 그 지혜라는 것이 별생각(준비) 없이 접하면 보이지 않고, 답을 찾으려는 마음이 있으면 눈에 확 들어오는 특별한 맛이 있습니다. 조금만 상상력을 발휘해서, 공자를 나의 스승님으로, 제자들을 나 자신으로, 배경을 병원으로 생각하면 그간 가졌던 고민의 답을 간단명료하게 찾을 수 있습니다.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가 한 말을 떠올려 봅니다.

“저는 ‘앞으로 10년간 무엇이 변할까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매우 흥미로운 질문이고, 흔한 질문입니다. 그러나 거의 듣지 못하는 질문은 ‘앞으로 10년간 무엇이 변하지 않을까요?’입니다. 저는 이 두 질문 중에서 두 번째 질문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 ‘변하지 않을 가치’가 논어에 보물처럼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의사라면 누구나 가지게 될 ‘좋은 의사란 무엇인지, 어떻게 환자를 대하고, 수술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공부하고, 번아웃을 극복하고, 나만의 행복을 찾아갈 수 있을지’ 같은 화두의 답이 되는 ‘인생의 나침반이 될, 변하지 않는 가치’를 논어에서 찾아보고자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책은 논어 자체보다는 논어를 통해서 길을 찾아가는 저 스스로의 여정 이야기에 더 가깝습니다. 말이 여정이지 사실, 수술 실패하고, 논문 출판을 거절당하고, 환자에게 원망 듣고, 번아웃에 허덕이는 변변치 못한 이야기입니다.

3. 책을 집필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또는 즐거웠거나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처음에는 감히 논어에 관한 책을 쓸 생각을 못 했습니다. 왠지 글자 토씨 하나라도 틀리게 이야기했다가는 무서운 훈장님에게 혼쭐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논어에 관한 책을 여러 권 구해서 공부했습니다. 한자 하나하나의 뜻과 배경을 살펴보는 것이 더 깊은 이해를 돕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숨 막히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뜻 좀 틀리면 어때?”라는 발칙한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옛사람들이 달아놓은 ‘이건 이래야 하고, 이건 이러면 안 된다’라는 해석 때문에 더욱 글자에 집착하게 되고, 자유로운 수용에서 멀어지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하게 됩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논어 관련 책의 한글 해석도 대부분 ‘어떠해야 하느니라’라고 나오는데 저는 그런 말투가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해석의 옳고 그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각하게 되니 가벼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게 되었습니다. 한문이나 동양고전을 전공하신 분들이 보시기에는 ‘옳지 않은’ 해석으로 보이는 부분들도 있겠지만 어쩌면 공자도 틀에 짜인 해석에서 벗어나 조금 방향이 다르더라도 각자의 시대, 배경, 가치관에 따라 다양하고 자유롭게 응용하는 자세를 이해해 주시리라 믿어봅니다.

4. 책 내용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애착이 가는 구절이 있나요?

논어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는 “수기이안인(修己以安人)”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의사’의 모든 것이 축약된 멋진 문구입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초등학생 이후 삼십 몇 년 만에 다시 서예를 시작했습니다. 언젠가 “수기이안인(修己以安人)”을 멋지게 쓰는 것이 목표입니다.

​전문은 https://blog.naver.com/barunbooks7/223680087261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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