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쓰러지셨다》 설민 저자 후기
설민 | 2025-03-07 | 조회 78
1. 《아버지가 쓰러지셨다》를 출간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글을 정리하며 당시 상황이 하나하나 떠올랐습니다. 참 많은 일이 있었구나. 그 시간을 어떻게 버텨냈을까? 정말 힘들었겠구나. 저 자신에게 수고했다고 등을 토닥여 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정작 위로받고 박수받아야 할 엄마는 지금도 묵묵히 아버지 곁을 지키고 계십니다. 많은 분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드리고 싶어 제 사연을 책으로 내게 되었지만, 정작 가장 위로받아야 할 엄마와 아버지께는 출간을 비밀에 부친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립니다. 부모님께서 아들의 내밀한 속마음을 아신다면 혹여라도 상처받지 않으실까 우려돼 말씀드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부모님 몰래 나쁜 짓을 한 것도 같고, 언젠간 들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마조마한 마음도 듭니다. 부디 이 책이 너무 유명해져서, 혹은 누군가가 출간 사실을 발설해서 저희 부모님이 알게 되실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만약 그런 불상사가 생긴다면, 그건 전자의 이유라면 좋겠습니다.
2. 《아버지가 쓰러지셨다》를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쓰러지셨을 때, 갑자기 떨어진 큰 숙제에 혼란스러웠고 겁도 났고 막막했습니다. 당시 저에게 글쓰기는 간절한 희망의 기도였고, 복잡한 심경의 정리였고, 고통의 시간을 견디기 위한 돌파구이기도 했습니다. 글을 쓰는 과정은 어쩌면 나만 알고, 나만 힘들고, 없어지고 버려질 고통의 시간을 의미 있고 소중한 시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독자들에게 피드백 받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내 사연이 누군가에게는 위로와 힘이 되어줄 수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고 우리 사이의 보이지 않는 연결, 그 연결이 가진 힘을 실감했습니다. 지금도 저마다의 사연을 안은 채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많은 분들께서도 이 책을 통해 제가 느꼈던 그 연결의 힘을 느끼실 수 있길, 위로와 힘을 얻어 가시길 바랍니다.
3. 책을 집필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또는 즐거웠거나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아직도 끝을 알 수 없는, 진행형인 이야기라 제 글이 어떤 결말을 향해 갈지 저 역시 궁금했습니다. 아버지의 상태에 따라 제 마음도, 글의 방향도 요동을 쳤습니다. 4년여의 시간이 흘러 원고를 마무리할 때쯤 아버지는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되찾은 듯 보였고, 자연스럽게 제 글도 잘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탈고 이후 또다시 아버지의 히스테리가 시작되자 결말을 수정해야 할지, 어쩌면 아직 책을 마무리할 시기가 아닌 건 아닌지, 고민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때 제가 쓴 글 중 “살아가는 한 결말은 없다.”라는 구절이 떠오르더군요. 외부적 상황은 계속 바뀌고 시련은 계속될 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저는 더 단단해지고 덜 흔들릴 거라는 믿음이 자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잘해왔듯 앞으로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생기고요. 결국 상황은 변했지만 제 책의 결말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이 각자의 결론을 찾고 보다 단단해지는 길목에서 제 책이 작은 힌트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4. 책 내용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애착이 가는 구절이 있나요?
엄마가 덤프트럭과 충돌해 목숨을 잃을 뻔한 순간, 구급 대원에게 하신 말씀이 잊히지 않습니다. “저 간병해야 돼요. 돌봐야 할 사람이 있어요. 저기 병원으로 가야 돼요.” 이 장면에서 「어린 왕자」의 한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넌 그걸 잊으면 안 돼.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지.” 엄마에게 ‘돌봐야 할 사람’은 아버지이기도 했지만 저이기도, 형이기도, 가족 모두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지금 이렇게 살 수 있는 것도 길들이고 관계 맺은 것에 대한 책임 덕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저는 아버지로 인해 힘들었던 순간, 제가 길들인 것에 대한 책임을 내려놓고도 싶었고, 관계를 끊어버리고도 싶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받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그 조금의 무게조차 견디지 못하고 회피하려 했던 저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엄마의 모습에서 저를 돌아보고, 제가 관계 맺은 모든 것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5.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셨나요?
시간 날 때 마음먹고 완성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글쓰기를 어렵게 하는 원흉인 것 같습니다. 생각이 정리돼서 쓰는 게 아니라 쓰면 정리가 되더라고요. 제가 가장 글을 많이 썼던 시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가장 힘들고 머리 복잡하고 바빴던 시기였습니다. 저는 가급적 당시에, 그 순간에 무엇이든 끄적이려고 노력합니다. 그게 그냥 단어의 나열이든, 사실의 기록이든, 떠오르는 생각이든 머릿속에서 맴돌다 휘발될 것들을 묶어두려 합니다. 유난히 기억력이 좋지 않고 원래 좀 무딘 편이라 시간이 지나면 다른 생각으로 덮이거나 그때 느꼈던 감정도 금방 무뎌지더라고요. 글을 쓸 때는 전에 끄적였던 노트를 꺼내 가지를 치며 더 끄적여 보거나, 몇 가지 키워드를 들고 산책을 합니다. 그러면 조금씩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도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글에서 아예 벗어나는 것도 방법입니다. 저는 제 몸이 원하는 것들을 해줍니다. 운동하며 땀을 흘리거나, 사우나를 하며 몸을 개운하게 만듭니다. 제 몸이 원하는 것을 해주고 나면 머리도 맑아져 의외로 글이 술술 풀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전문은 https://blog.naver.com/barunbooks7/223787066127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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