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과 슈왈츠 마돈나》 임미정 저자 후기
임미정 | 2024-11-18 | 조회 80
1. 《칼과 슈왈츠 마돈나》를 출간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몇 년 전, 《칼과 슈왈츠 마돈나》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혹평에 잔뜩 움츠러들었습니다. 제 재능을 탓하며 글을 처박아 두었습니다. 파일을 열 때마다 글들이 제게 소리치는 것 같았어요. 제발, 너만의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지 마, 라고요. 묵혀 두었던 글들을 다시 꺼내 퇴고의 과정을 거치며, 용기를 냈습니다. 다행히 경기도와 경기도 문화재단의 생애 첫 문학으로 선정되어서 《칼과 슈왈츠 마돈나》를 엮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저는 세상 사람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고, 날카로운 말에 상처받지만, 웅크리기보다는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타인의 평가에서 조금씩 자유롭고 싶습니다. 아마도 그 시작이 《칼과 슈왈츠 마돈나》라고 생각합니다. 제게 용기를 준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2. 《칼과 슈왈츠 마돈나》를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삶의 여정 중의 하나입니다. 사랑하는 가족, 친구, 동료의 죽음 앞에서 대다수 사람은 무기력함을 느낍니다. 내가 이렇게 했더라면, 혹은 상대나 주변인들이 그렇게 했더라면, 죽음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세계로 침잠하게 됩니다. 죽음은 인간이 미리 계획하거나 막을 수 없는 영역이기에 그 무력감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홀로 남겨진 이들은 어떨까요? 남겨진 이들의 홀로서기 또한 죽음과 견줄 수 없겠지요. 자기 뜻과는 상관없이 남겨진 자들의 삶은 어떻게 다시 회복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각자의 방식대로 애도의 과정을 통과하며 홀로서기를 하는 이들에게 조금씩 한 걸음만 앞으로 나오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칼과 슈왈츠 마돈나》는 이런 저의 마음을 담은 글이라 할 수 있습니다.
3. 책을 집필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또는 즐거웠거나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마음속에 담아 놓은 감정들을 문장으로 온전히 표현하지 못할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몇 번의 퇴고 과정을 거쳤지만, 여전히 저의 갈증을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부족한 문장력을 해결하기 위해 챗 GPT에 도움을 청해도 봤는데 그도 썩 좋은 문장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을 보며, 이상하게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AI와 저 자신을 비교하는 저의 모습에 웃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4. 책 내용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애착이 가는 구절이 있나요?
<칼과 슈왈츠 마돈나>에서 주인공은 마음이 산란할 때마다 티브이 홈쇼핑을 켜고 날카로운 칼로 마늘을 싹둑 자릅니다. 주인공은 칼을 갈고 마늘을 까는 과정을 거치면서 마음속에 있는 고통을 표출하며 삶을 이어갑니다. 칼과 마늘, 두 소재 모두 상처를 내거나 상처를 아리게 만드는 소재이지만, 역설적으로 주인공에게는 밴드와 같은 존재입니다.
또한 〈칼과 슈왈츠 마돈나〉에서 “어떤 경우이든 가볍거나 익숙한 죽음은 없었다. 죽음은 수많은 질문에 늘 침묵했고 곱씹어도 명확한 이유를 찾거나 미리 방지하기도 어려웠다.” 구절은 제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듭니다. 저 또한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지켜보며 긴 터널 안에 있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때의 제 마음을 담은 구절이라 애착이 가는 것 같습니다.
5.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셨나요?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 뒀던 책을 꺼내 읽거나 주변을 산책합니다. 독서와 산책은 저를 위한 힐링의 시간이자 새로운 글을 구상하는 시간입니다. 또한 친근한 이들과 수다를 떨며 묵힌 감정들을 덜어내다 보면 새로운 에너지가 충전되는 것이 느껴집니다.
6. 이 책을 접할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혹, 사다리 타기를 해 보셨어요? 끝에 도달하기까지는 그 결과를 예상하거나 피할 수도 없다는 것을 아실 거예요. 죽음 또한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했거나 이별 중이라면, 이별의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자신을 할퀴지 마세요. 원인을 곱씹을수록 상처에서 벗어나는 시간 또한 길어지니까요. 홀로서기는 결코 쉽지 않지만, 용기를 내서 손을 내미시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손을 따듯하게 잡아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으니까요. 그동안 내가 눈을 감고 있어서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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