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해피엔딩을 응원해》 문지영 저자 후기
문지영 | 2024-07-12 | 조회 353
1. 《너의 해피엔딩을 응원해》를 출간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막연하게 책 한 권 내보면 어떨까? 하고 상상해 봤지만, 진짜로 제 책을 출간하게 되니 아직도 믿기지 않고 신기합니다. 써온 글을 모아 출간하는 과정은 지금까지 해온 글쓰기와는 또 다른 새로운 여정이었습니다. 신나게 작업하다가도, 막막하기도 했던 그 모든 과정 끝에 책이 나오니 감개무량합니다.
2. 《너의 해피엔딩을 응원해》를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고 정신과 상담을 받았습니다. 상담 기간 동안 일기를 참 많이 썼어요. 제가 가장 힘들 때 저 자신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솔직해지는 시간이 일기를 쓸 때였어요. 제가 쓴 일기를 읽고 선생님과 상담하면서 제가 많이 치유되고 있다는 걸 느꼈지요. 그 후 거의 막바지 상담 중 선생님이 어떤 주제여도 좋으니 그림과 글로 이야기를 써오라는 숙제를 내주셨어요. 반드시 끝맺음이 있는 이야기여야 한다고 하셨죠. 처음엔 막연하게 느껴진 숙제였지만 하다 보니 어느새 제가 '어떤 이야기를 쓸까?' 고민하고 그림 그리며 글 쓰는 모든 시간이 행복했습니다. 제가 써온 이야기를 들려주며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저도 모르게 작가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그리고 선생님은 저에게 작가가 될 수 있다고 꼭 도전하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저 자신을 믿지 못했지만, 남편과 정신과 선생님의 응원으로 용기를 내서 글을 써보기로 했어요. 제가 느끼는 감정들, 제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을 더 이상 세월에 흘려보내지 않고 기록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글쓰기를 해왔습니다. 제가 가장 위태로울 때 제가 쓰러지지 않게 도와준 글을 세상에 선보이면 예전의 저처럼 힘들었던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지 않겠느냔 생각에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3. 책을 집필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또는 즐거웠거나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제가 글을 쓴다는 걸 아는 지인이 많지 않았습니다. 제 전공과목이나 제가 일했던 분야는 글과는 거리가 멀었거든요. 그래서 지인들에게 “나 요즘 글 쓴다.”라는 말을 하는 게 너무 쑥스럽더라고요. 이번에 책을 내면서 책 표지를 정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도저히 혼자서는 못 고르겠더라고요. 더 많은 의견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삼 년간 감춰왔던 제 비밀을 지인들에게 공개했지요. 사실 내가 그동안 혼자서 글을 썼다. 꾸준히 써온 글을 모아서 책을 내려고 하는데 표지를 골라. 저는 두 눈 질끈 감고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고백하듯 이야기했는데 예상과 달리 제 지인들이 제 책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며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표지를 골라줬어요. 그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퇴고하면서 힘들었을 때 지인들의 응원과 축하가 또 다른 연료가 되어 책 마무리 작업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4. 책 내용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애착이 가는 구절이 있나요?
내가 어릴 적 읽은 동화책 속 “그 후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의 마지막 줄을 넘어 그다음 단락이 채워지기를 바란다. 다시 만나서 행복한 가족들이 행복 너머에 있는 지루한 삶을 살길, 그들이 행복에 무뎌지고, 다시 볼멘소리로 서로에게 잘못을 떠넘기며, 말다툼하기를 바란다. 그들에게 다시 찾아온 만남이 너무 소중해 날아가 버릴까 봐 불안한 행복이 아닌, 그게 일상이고 생활이기를, 그들이 누리는 일상이 지겨우리만큼 평범하고 권태롭기를 염원한다.
제 책 3부 가장 첫 번째 글인 <지구 반대편 투덜이>라는 작품 마지막 부분인데요. 이 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소식을 듣고 심란했을 때 썼던 글입니다. 그 뉴스를 들었을 때 21세기에 이런 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충격은 한동안 제 마음속에서 머물렀어요. 평화는 평범함의 다른 이름이라는 걸 깨닫게 해준 뉴스였습니다. 하루아침에 평화로운 일상이 산산조각 난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하루빨리 일상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 문구였습니다. 그렇지만 비단 우크라이나 국민들만 평범한 행복을 다시 찾길 바라는 건 아니었습니다. 우리 주변엔 하루하루가 전쟁에서 살아남듯 힘겨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마음 편한 내일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고 다듬은 구절입니다. 부디 혼자 힘들어하시지 않기를, 앞이 보이지 않아도 당신이 서 있는 곳이 세상의 끝이 아니라는 걸 이야기해 주고 싶은 마음으로 쓴 글입니다.
5.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셨나요?
글 쓰다 보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 바로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죠. 제 경우는 꾸준히 써왔지만 고백하자면 글이 잘 써지는 날보다 잘 안 써지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잘 쓰고 싶다는 열망은 있지만, 제 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느낄 때 저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한때는 아무리 글이 안 써져도 쓰려고 한 소재를 어떻게든 물고 늘어져서 써 내려갔는데요. 요즘은 아 또 안 써지는 시기가 왔구나, 하고 파도를 맨몸으로 맞듯 그냥 버팁니다. 예전처럼 밤에 졸면서 쓰거나, 하루 종일 글로 고민하기보다는 다른 제 모습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같이 놀고, 설거지를 열심히 하거나, 이웃들과 이야기하며 웃고, 책을 읽다 보면 완전히 새로운 길은 아니더라도, 다른 방향으로 생각이 뻗어 나갈 때가 있거든요. 어쩌면 글이 잘 안 써지는 슬럼프 시기는 제 삶의 균형을 잘 맞추라는 신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잠시 삶의 무게중심을 다시 잡고 생활에 저를 맡깁니다. 그러면 어느새 다시 슬슬 연필을 잡고 글을 쓰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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