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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다닌 길 세 번째 이야기》 김춘자 저자 후기

김춘자 | 2024-07-11 | 조회 359

1. 《마음이 다닌 길 세 번째 이야기》를 출간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벌써 세 번째 시집이라니 믿기지 않습니다. 매번 시집을 발간하면서 저 자신의 성장과 발전을 생각해 보는데, 올해는 삶의 방향성에 대하여 더 고민하고 준비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내년을 향한 나의 발걸음을 생각해 보며, 바쁘게 보내는 시간보다는 좀 더 자신에게 충실하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마음이 다닌 길 세 번째 이야기》를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전업시인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살아간 지 3년째입니다. 그리고 저는 다른 명함보다는 시인이라는 타이틀이 제일 좋습니다. ‘시인이 품은 마음은 어떤 것일까?’를 고민하며 일상에서 풀어가는 행복과 깨달음 속에서 ‘삶의 미학’을 시로 풀어보고 싶은 마음에 매해 시화집을 내고, 그게 벌써 3년째입니다. 앞으로도 매년 5년, 10년 업그레이드된 이야기를 담고 싶으며, 그게 저를 향한 공부이고 성장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더불어, 제가 그리는 그림, 서예나 독서나 수필도 궁극적으로는 제 시의 레퍼토리를 더 풍부하게 담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3. 책을 집필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또는 즐거웠거나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해주세요.

저는 시를 통해 과거의 나,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와 대화를 합니다. 그래서인지 시라는 게 알면 알수록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10대 때 소녀의 꿈이 시인이 되는 것이었고, 지금 그 마음을 놓지 않은 덕에 시인으로 살고 있습니다. 시는 늘 제 삶을 돌아다보는 렌즈와 같아서 제 삶의 순간순간을 돋보기와 같이 바라볼 수 있게 해요. 그래서 삶에서 너무 지치고 막막할 때 울면서 시를 쓴 적도 있고. 기쁨에 환희를 느끼며 삶의 역사를 쓴 적도 있습니다. 퇴고를 하면서 드는 생각은 시를 쓸 때와. 읽을 때, 그리고 또 퇴고할 때 시를 마주하는 현재의 자신과도 깊은 대화를 한다는 것입니다.

4. 책 내용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애착이 가는 구절이 있나요?

제 둘째 딸이 이번에 늦은 결혼을 하는데 「함께 가는 길」이라는 축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딸은 “남자와 어떻게 한집에서 사느냐”고 결혼을 두려워 못 한다고 하더니, 어느 날 결혼을 한다고 해서 참 반가웠지요.

사위의 할아버지가 99세인데 뉴욕 요양원에 계실 때 인사를 드렸나 봐요. 그분이 “살아보니 인생 별거 없다고 사랑하는 사람과 손잡고 걸어가면 된다”고 말씀을 해주셨다네요. 그러면서 먼저 93세에 돌아가신 부인을 너무 보고 싶어 하셨다고요. 딸은 결혼생활이 두렵지만 부부생활을 70년 넘게 하신 할아버지 인생 선배의 말을 받아들였나 봅니다.

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사위 할아버지가 하신 말씀을 상상하며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퇴고 시에 시를 쓴 사람은 저가 맞지만 먼저 세상을 뜬 남편이 생각이 났습니다.

시를 다 쓰고 마지막 부분에 ‘참솔 김춘자가’를 쓴 뒤 ‘아빠마음 김*환’도 함께 넣고 나니 한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남편도 딸의 결혼 축하에 함께한다는 뜻이죠.

지난해 사위의 할아버지도 몇 달 뒤 세상을 뜨셨으나, 손주를 얼마나 사랑하셨을까요.

5.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셨나요?

시가 날 찾아올 때는 참 반가운 순간이 됩니다. 우주의 시어가 제 내면을 찾아오는 거죠. 그게 아가의 웃음소리처럼 금방 사라져 흔적이 없지요. 그래서 주로 책을 읽습니다. 산책도 하고, 여행도 하고, 잠도 자고, 음악도 듣고요. 다른 분들의 시를 읽으면 영감을 받습니다.

6. 이 책을 접할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힘들 때 자아는 더 깊이 내면을 들여다보는 기회가 됩니다. 삶이 좋은 일도 힘든 일도 있는 가운데 그 삶의 파동을 경험해 내면서 우리들은 더 자기다운 모습으로 자란다고 믿고 있습니다. 자기다운 모습으로 단단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 것과도 연결되어 있지요. 지치지 말고 다시 일어서서 자신에게 악수하는 멋진 자신을 키워가길 기대합니다. 그게 자신을 향한 사랑이니까요. 저도 더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도 글을 씁니다. 우리 함께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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