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55년 1월생》 침전(寢田) 저자 후기
나종성 | 2021-12-13 | 조회 752
1. 《어느 55년 1월생》을 출간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용기를 내어 살아온 얘기를 정리하였으나 막상 책으로 나오니 벌거벗고 생소한 대중 앞에 나서는 듯한 부끄러움이 앞섭니다. 그렇지만 오래된 과제를 털어 낼 때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한 그런 시원함도 느낍니다. 한참 마음에 안 드는 숙제라도 일단 제출하고 나면 뭉그적거리며 안고 있는 것보다 가벼워지죠? 그런 비슷한 기분이랄까요.
또한 중요한 일을 앞두고 제(祭)를 지내며 각오를 다지듯, 이 책을 제단 위에 올려놓고 다가오는 삶을 열심히 살아 보겠다고 나름대로 굳게 다짐하는 그런 느낌입니다. 102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님이 얘기한 ‘인생의 황금기(65세 무렵부터)’를 향해 나아가는 출발점에 선 기분도 듭니다. 스스로에게 파이팅을 외치고 싶습니다. 다시 힘내자, 침전(寢田)!
2. 《어느 55년 1월생》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실 이 책은 50여 년 전에 잉태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중학생 시절에 방황을 겪을 때에 저와 비슷한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친구나 후배들에게 도움말을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생각이 세월이 지나면서 이리저리 깎이고 다듬어져 이 책으로 발현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지금은 누구에게 도움말을 주겠다는 희망은 접었습니다. 그저 내 아이와 손자들에게 아버지 또 할아버지가 살아온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기록으로 남겨 주는 것에서 의의를 찾고 싶습니다. 대화로 전해 주기 어려운 얘기도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그냥 노트에 적어 전해 주지 않고 책으로 내게 된 것은 아내와 아이들의 자문에 따른 것입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책으로 펴내라는 얘기였지요.
3. 책을 집필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또는 즐거웠거나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집필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라기보다 본질적인 내용 이외의 몇 가지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얘기하고 싶군요. 우선 책의 제목을 정하기가 참 어렵더군요. 책 내용을 한마디로 축약하려고 고민했습니다. 여러 제목을 전전한 끝에 《어느 55년 1월생》으로 정했습니다.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소설 제목에서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나의 삶에 6·25 전쟁 후 베이비부머 세대의 맏이라는 시대적 특성도 반영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였는데 적합한지의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겨야겠지요.
두 번째, 필자의 본명을 밝힐 것인지 결정하는 데에도 상당한 갈등을 겪었습니다. 처음엔 당연히 본명으로 쓰기 시작하였으나 쓰다 보니 내 이름은 독자들에게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시대를 살아온 어떤 사람의 이야기라면 충분하겠다고 생각되더군요. 필자를 아는 독자라면 어차피 금방 본명을 알아챌 것입니다. 하지만 필자를 모르는 독자라면 굳이 실명을 생각할 필요가 없이 그냥 이야기에 빠져들면 되는 것이지요. 필명으로 쓰게 된 이유입니다.
세 번째,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명 표기 문제였습니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영어 알파벳 이니셜로 표기하기로 정했습니다. 그럼에도 일부 인사는 독자들이 누구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분들의 명예가 손상되는 일은 없으리라고 생각하지만 만에 하나 언짢은 경우가 발생한다면 유명세라 생각하고 너그러이 받아들여 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또한 일일이 확인하지 않았으니 본인들이 쓰는 영문 이름의 이니셜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히고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추억을 더듬으며 써 나가다 보니 즐거웠던 시절을 서술할 때는 기분도 즐겁고 가벼운데,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되살려야 할 때는 아무래도 기분도 무겁고 우울해지는 것 같더군요.
4. ‘이때가 내 인생의 변곡점이었구나’라고 생각되는 사건 또는 시기는 언제인가요?
돌아보니 인생 전체가 변곡점의 연속이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살면서 크고 작은 선택을 늘 하게 되니까요. 그중에서 ‘내 인생의 변곡점’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을 하나만 꼽는다면 초등학교 4학년 때 시골에서 서울로 전학한 것을 꼽고 싶습니다.
전학 이전에 대해서는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는 데 반해 4학년 이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일들이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이 살아 있다는 것이 전학이 내 인생에 크나큰 충격이었고 이후 나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합니다.
5. 지나온 삶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절과 가장 어려웠던 시절을 꼽는다면 언제일까요?
시기 순으로 답하겠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시절이라면 제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표현한 사춘기 무렵부터 군에서 제대하기까지의 대략 10년간이 떠오릅니다. 중학교 입학 후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목표의식을 잃고 귀한 시간들을 헛되이 흘려보냈습니다. 그 결과는 원하던 대학 입학 실패, 자신감의 상실 등으로 돌아왔지요. 방황은 군대 생활 중에 새로운 현실에 눈을 뜨고 나서 시나브로 극복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가장 즐거웠던 시절이라면 50대 후반에 미국 샌타모니카 RAND연구소에서 보낸 풀브라이트 펠로우 시절을 꼽고 싶습니다.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여유 있는 생활을 즐겼지요. 시간에 쫓기며 학위 논문 쓰던 때와 같은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 하고 싶은 공부도 마음껏 하였고요. 가능하다면 다시 가져 보고 싶은 경험이었습니다.
6. 이 책을 접할 독자에게 바라는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저와 비슷한 시대를 살아온 독자들께는 가슴 속에 묻혀 있는 추억을 끄집어내어 함께 나누고 잠시라도 힐링이 되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젊은 독자들과는 상상 속에서 그들의 부모가 되어 소통하는 보람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특히 젊은 독자들에게 두 가지만 덧붙이고 싶군요. 우선 어려움이 있을 때에 혼자서 이겨 내려고 너무 고민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부모님이나 형제, 또는 선생님이나 친구들 등 주변의 믿을 만한 분들에게 털어놓고 도움을 구하세요. 그분들은 기꺼이 여러분들을 도와줄 것입니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다음, 메모하기를 생활화하십시오. 메모를 하되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수시로 업데이트하십시오. 저의 경우 여기저기 어지럽게 적어 놓고 오래도록 방치해 두었던 메모들은 이번에 이 책을 쓸 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더군요. 설혹 나중에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쓸 계획이 없더라도 메모하고 정리하고 수시로 업데이트하는 과정이 현재의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믿습니다.
7. 바른북스와 함께하면서 인상 깊었던 점 혹은 만족한 부분을 적어주세요.
과거에 출판 경험이 없었던 필자에게 바른북스의 안내는 크나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상담과정에서 제공받은 정보는 대부분 정확하였습니다. 진행이 계약서에서 안내받은 일정보다 다소 늦어졌으나 이는 상당 부분 필자의 책임이었기에 유구무언입니다. 또한, 담당 편집자가 진행 일정에 대해 친절히 안내해 필자의 일정관리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지면을 빌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