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사람들》 황승찬 저자 인터뷰

황승찬 | 2021-06-09 | 조회 731

 

1.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사람들》을 출간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미뤄왔던 일기나 숙제를 막 완성한 느낌입니다. 너무나 많은 일들을 겪으며 느낀 감회 또한 범상치 않았기에 이 감흥과 좋은 기운을 혼자 간직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에서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전혀 가감 없이 순례길 여정 속에서 하루하루 지친 몸으로 정리한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누군가에게….

2.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사람들》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모두 코로나 팬데믹으로 하루하루 숨죽이며 조심스럽고 힘든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런 상황하에 바로 얼마 전 자유롭게 걸으며 만끽했던 그 자유가 그리웠고, 그 평범한 자유를 주변의 친지들과 교감하고자 했던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언젠가 우리가 다시 그 자유를 맞이하게 될 때를 위해 희망의 꿈을 꾸며 오늘을 이겨보자’라는 뜻을 담았습니다.

3. 책을 집필하면서(혹은 순례길 여행 중) 겪은 에피소드, 또는 즐거웠거나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여정 중에 소중한 인연을 만들었지만, 각자의 몸 상태가 같지 않아 부득이 동행을 이어갈 수 없어 아쉽게 헤어져야 했던 많은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중엔 꼭 한번 연락했으면 하는 친구도 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거의 모든 순례객이 동에서 서쪽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향해 몽유병 환자들처럼 이동하는 와중에도, 아주 드물게 거꾸로 여정을 거슬러 오는 괴짜 순례객도 마주합니다. 걸었던 순례길을 뒤돌아 왕복하는 사람입니다.

4. 책 내용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애착이 가는 구절이 있나요?

이 글을 쓸 용기와 함께 주제를 제공해 준 순례객 친구와의 뜻하지 않은 만남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Sona라는 스페인 여성과 그 친구 독일인 Mini는 여정 중에 곧잘 마주치곤 했었는데, 단 한 번도 이야기를 섞어본 적이 없었던 친구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같은 식당에 들어가게 되어 이 둘을 제 테이블로 초대하게 되었고, 순례길의 정점을 찍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만남과 교훈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예전에 묵음 수행의 과정에서 서로 알게 되어 – 유럽 곳곳에는 이런 명상 수련원 같은 곳이 꽤 많다고 합니다. – 순례길 여정을 같이 계획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함께 조촐한 식사를 하며 그들이 명산 수련의 와중에 느끼고 있는 점을 공유해 줬는데, 그 핵심은 바로 ‘마주하는 당신은 나의 거울이다’라는 내게는 다소 충격적이면서 의미심장한 멘트였습니다. 이 멘트는 나를 기쁘게 했고 순례길에서 느끼는 가장 고귀한 경험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늘 선입견에 길들여져 있었던 나라는 사람의 생각을 단번에 깨뜨려 주는 한 문장이었기 때문입니다.

5.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 여행자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순례길을 선택한 당신을 응원합니다. 순례길은 인생 최고의 선택이며, 종교를 떠나 숨겨져 있는 또는 꾹꾹 숨겨온 자신을 발견하고 한껏 드러내는 귀한 시간입니다. 가급적 많은 친구들과 소통하고 교제하길 권합니다. 대부분의 한국 젊은 친구들은, 묵언 수행하듯, 군대 행군하듯 혼자서 길을 여행하거나, 같이 온 사람들과 삼삼오오 모여 그들만의 시간을 즐기려고 합니다. 하지만, 순례길은 사람과의 만남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6. 이 책을 접할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한 사람의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는 글을 누군가와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용기 있는 일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느끼는 이 벅찬 감격과 발견이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함께했던 무수한 순례길 동료들도 다 같이 벅차게 느끼고 있다는 걸 이후에 SNS 교신을 통해 발견하게 되면서부터입니다. 누구라도 순례길에서 펼쳐지는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행복을 만끽하는 순간, 당신은 당신의 선택이 훌륭했음을 느끼며 스스로를 칭찬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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