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둘, 고아민》 손현준 저자 후기

손현준 | 2024-12-31 | 조회 140

1. 《스물둘, 고아민》을 출간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사실 주인공 아민이를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볼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두렵습니다. 그 시선이 저를 바라보는 시선처럼 느껴질까 봐. 제가 쓴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되면 마냥 좋을 줄 알았는데 여러 걱정이 함께 오는 것 보면 출간한다는 건 그렇게 쉽게 생각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높은 산을 오른 것처럼 뿌듯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조금은 제가 자랑스럽게 느껴집니다.

2. 《스물둘, 고아민》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람들은 인생에 어떤 결정적 시기가 있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시기가 아마도 고등학교 3학년이겠죠. 고등학교 교사로서 사람들의 그런 신화적 믿음을 너무 강하게 경험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그 이후의 시기, 전혀 인생에 결정적이지 않은 시기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고3도, 취준생도 아닌, 돌아보면 버려진 시간 같은 느낌의 시기에도 사람들은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음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마침 운이 좋게도 인천광역시교육청의 읽걷쓰 저자출판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원하던 일을 공식적으로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에 쉽지 않은 도전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3. 책을 집필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또는 즐거웠거나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사실 이 책의 첫 기획은 ‘스물둘’이라는 제목으로 네 명의 동료 선생님들이 각자 한 명의 인물을 맡아서 옴니버스 형식으로 쓰는 소설이었습니다. 제가 맡은 고아민 이외에도 이지민, 조이락, 박현목이 각자의 스물둘을 이야기하려고 했었죠. 바쁜 일정 속에 서로의 집필 속도를 맞추고, 지원받는 예산을 소진하기 위해 집필 기간을 맞추는 작업이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제가 단독 출판하게 되었지만, 그분들의 못다 한 이야기가 다른 곳에서도 펼쳐지길 기대합니다.

4. 책 내용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애착이 가는 구절이 있나요?

개인적으로 〈여행〉 편을 쓸 때 가장 재밌었던 것 같아요. 특히 아민이가 편의점 알바생 여자에게 추파를 던지는 장면의 어설픔이 쓰면서도 재밌었습니다. “그러니까 용건은 뭐냐면 훈제 계란은 맛있었습니까?”로 시작하여, 맛이 없다는 여자에게 “그러니까요, 그런 걸 파시면 어떡합니까?”라고 무리한 장난을 치는 모습이 숫기 없고, 어설픈 남자를 잘 표현한 것 같아요. 사실 다들 그리 능숙하지 않지만 약간의 용기로 한 발 더 나가는 것 같아서 그런 아민이의 모습이 좋았습니다.

5.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셨나요?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주로 제 안에서 이야기가 잘 정리가 안 되어 있을 때였던 것 같습니다. 그럴 때는 그동안 썼던 이야기를 아까워하지 않고, 없다고 생각한 후에 처음부터 다시 쓰려고 했어요. 그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어떨 땐 한 화가 4~5개 만들어질 때도 있었지만 이야기를 완성하지 않은 채 계속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의 큰 흐름이 정리되고 그동안 썼던 것들을 잘 조합할 수 있었습니다. 요약하면 제로 상태의 반복이 핵심이네요.

6. 이 책을 접할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다들 현실에 치여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기 힘든 세상인데 제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우선 감사드립니다. 저는 제 소설을 읽으며 독자분들이 작은 미소라도 지을 수 있었다면 만족합니다. 각박하게 느껴지는 세상에서 외로운 느낌이 들기 십상인데 조금이라도 함께 한다는 느낌을 받으셨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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