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의 키워드 #디엠지나이트 #디엠지#군인 DMZ, 그 일신이두의 경계 속으로!
삼성 문학상, KBS 문학상을 수상한 백금남 작가의 신작 『DMZ 나이트』가 출간됐다. 금기의 땅 DMZ에서 사나이들의 목숨을 건 사투를 그린 소설이다.
이 작품은 분단의 상징 DMZ를 관념의 세계에서 현실의 무대로 끌어내며, 우리가 외면해 온 숙제와 마주하게 한다. 일신이두의 용을 회자화함으로써 통합의 대가와 공존의 불가능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작가는 DMZ를 단순한 지리적 경계가 아닌, 살아 숨 쉬는 존재로 그려낸다. 그 존재는 고통을 품고 있으며, 동시에 회복을 꿈꾼다. 작품 속 인물들은 그 금기의 틈, 한 몸 두 머리인 이두룡(二頭龍)의 린극(鱗隙, 비늘의 틈) 속으로 뛰어들어, 체제와 본능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진자(振子, Pendulum) 리듬을 보여준다. 그들의 삶에 대한 열망이 목숨을 건사랑 속에 녹아 흐른다.
그들의 선택은 때로 광기로 보이고, 때로는 절박한 생존의 몸짓으로 읽힌다. 그러나 그 안에는 우리가 외면해 온 현실적 숙제가, 그리고 죽음과 삶의 본질적 질문이 숨 쉬고 있다.
『DMZ 나이트』는 분단이라는 거대한 상처를 신화적 상징과 인간의 본성으로 풀어내며, 독자에게 묻는다.
“왜 죽고 사는가?”
1장 비늘의 틈
한 발과 두 발
2장 천인누금강
MP벙커
휴대폰 하나 보내라우
생사의 확률
무슨 소리?
무모한 도전
미츠키
천인누금강
3장 내 마음의 모습
6월 그때쯤
트릭의 전조
공명의 모순
내 마음의 모습
그날을 위하여
내 앞의 장군님
4장 탄환의 진자
증거의 시간
소초병의 눈물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작가의 말
백금남
삼성문학상, 동양문학상, KBS문학상,
민음사 올해의 논픽션상 수상
주요 작품
『십우도』, 『동녘에는 불새가 산다』, 『공명조가 사는 나라』, 『유마』, 『붓다 평전』 외 다수.
◆ 책 속으로
K-2를 잡은 손에 다시 힘을 주는데, 갑자기 왜 그런 꿈을 꾸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속에서 총소리를 들은 것 같았는데, 그 소리가 총소리였는지 확신할 수는 없었다. 잠시 후면 치러야 할 일 때문에 그런 꿈을 꾼 것 같지만, 엄청나게 큰 비늘이 잊힐 것 같지 않았다. 비늘과 비늘 사이 거기 달이 떠 있었고, 달빛이 푸르게 빛나는 건 그 비늘 때문인 것 같았다.
밤 11시.
- p.9
문명의 강박은 흔적을 지우려는 데서 비롯되기 마련이다. 모(毛)는 원시의 흔적이라 여겨졌고, 다모를 꺼리는 문화가 그렇게 형성되었다면, 방점을 찍을 만한 일들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 사건 또한, 방점 중 하나였을지 몰랐다.
- p.17
김준엽 중령은 말없이 총구를 들어 올렸다. 귀 바로 위, 총구가 옆머리뼈에 닿는 순간, 땀 한 방울이 관자놀이를 따라 천천히 흘러내렸다.
방아쇠를 당기는 데 걸린 시간은 눈을 깜박이는 것보다도 짧으리라, 해머가 작동하면서 격발침이 앞으로 내지르듯 돌진할 터이고, 마침내 탄피의 뒷면, 바로 뇌관에 강하게 충돌하리라. 뇌관은 점화될 것이고, 마치 작은 번개가 금속 안쪽에서 터지는 듯한 느낌이 오리라. 이어 화약이 순식간에 연소되겠지.
- p.31
내국 사람이 아니었다. 외국 군인들이었다. 생긴 것이 다르고 군복이 달랐다. 적 같기도 했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그들을 보면서 용의 역린은 이 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늘과 비늘 틈새에 모여 앉아 존재의 본질을 보려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을 것이었다. 아니 오히려 그들이 먼저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사회에 있을 때 직업이 다른 사람들이었다. 한 사람은 생각했던 대로 시계공이었고, 한 사람은 물리학을 전공한 사람이었다.
- p.195
-야, 에미나이야. 밥 먹었네? 밥이나 먹고 다니라우. 나는 말이야. 오늘 점심때 소고깃국에다 조림장을 먹었어야. 아주 이제는 소고기가 보기도 싫어야. 남쪽 인민들이 밥도 먹지 못하고 굶어 죽어간다는디 우리만 잘 살면 무슨 재미네. 재미가 없어야. 너희들이 피죽도 못 먹는 거이 누구 때문인지 아네?
- p.224
사내가 탁자 위로 권총을 떨어뜨리고 머리를 처박았다. 맞은편으로 터져 나온 탄피가 벽에 가 박혔다. 피가 분수처럼 쏟아졌다.
이영운 중위는 입가에 튄 피를 혀로 핥으며 냉혹한 미소를 입가에 흘렸다. 그러고는, 일어나 버렸다.
칵.
머리를 처박은 사내의 머리 위로 이영운 중위의 침이 날았다. 피에 섞인 침은 정확하게 사내의 뒤 머리카락에 찰싹 달라붙었다.
- p.253
두 발이다. 두 발을 약실에 박는다면 본능적으로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죽고 살고가 2분의 1(약 0.5 또는 50%)이다. 2분의 1? 더 생각할 필요도 없이 50%다. 그런데도 두 발을 박는다? 왜?
김준엽 중령이 그려놓은 그림.
육 연발 권총 약실에 두 개의 탄환이 장전되면 네 개의 약실은 비어 있다. 이건 상상이나 관념이 아니다. 현실이다. 실린더를 무작위로 돌려보자. 운이 좋아 탄환이 없는 약실 1에서 멎었다. 그러면 다시 방아쇠를 당기면 2다. 탄환의 위치를 알 수 있다면 그렇게 네 번을 연속으로 당겨도 죽지 않는다.
이를 정밀하게 계산해 보면, 첫 번째 방아쇠를 당길 때, 탄환이 발사될 확률은 2/6=약 33.3%. 탄환이 발사되지 않을 확률은 6분의 4, 약 0.6667(66.7%)이다.
- p.259
그녀가 고개를 돌려 송홧가루 날리는 산등성이 어딘가에 시선을 붙박았다.
잠시 후 그녀의 입속에서 무슨 소리인가 흘러나왔다. 마른 갈댓잎이 서걱이며 부딪치는 소리 같았다.
사랑한다고 말할 때 알아보았어요
손잡고 웃던 날이 꿈이 되리라고
철조망 너머
꽃이 피면
바람 되어 갈게요
꽃이 피듯 갈게요
……
- p.297
초등학교 글짓기 시간, 쉼표를 찍어야 할 자리에 쉼표를 찍지 않았는데 그때 여선생님이 말했다.
-성은인 나중에 소설가가 돼야 할 것 같다.
왜요? 하고 그때 물어보지 못했다. 나중에야 알았다. 문장의 결을 살려야 하는 소설 문장에서는 쉼표를 찍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때 그 허구가 나의 침묵이 되고 진실이 된다는 것을. 인생은 논리가 아닌 것이다. 쉼표를 건너뜀으로써 인생의 숨결을 들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제기랄. 또 이따위 자기 합리화로 나를 속이고 있다니.
- p.298
◆ 출판사 서평
죽음과 삶의 본질을 가르는 사랑 없이, 하나가 될 수 있을까요?
이 작품의 주제는 분명하다. 한반도를 일신이두(一身二頭)의 용(龍)에 비유하고 있다. 몸은 하나인데 머리 두 개인 용. DMZ를 용의 역린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역린은 금기의 공간이다. 단절이자 연결의 공간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곳을 단순한 경계가 아닌 인간 본성의 무대로 재해석하고 있다. 한반도라는 단순한 지리적 공간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존재. 그 존재의 고통과 회복을 노래하고 있다. 그 노래는 강력한 메시지로 다가온다.
단순한 의미 부여가 아니다. DMZ라는 공간. 왜 그 공간에서 진자(振子, Pendulum)들이 목숨을 걸었는가? 정말 두 머리 중 한 머리가 없어져야 한 몸이 되는 것일까? 누군가에게는 이들의 짓거리는 광기가 되고, ‘미친’ 짓이 되겠지만, 그 선택 안에는 우리가 지나치고 외면해 온 현실적 숙제가 있다. 그리고 생사의 본능적 진실이 숨 쉬고 있다.
이 소설은 그렇게 분단의 상징 DMZ가 더 이상 관념의 세계가 아님을. 단순한 경계도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체제 아래서 흔들리며 부유하는 인간의 본성, 벗어나려고 해도 벗어날 수 없는 메타포적 행위, 그 속에서 그들은 발가벗겨져 묻고 있다.
‘왜 죽고 사는가?’
대답은 자명하다.
진실은 방아쇠를 당긴 자만이 안다. 그것이 생멸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작가에게 작품 취지를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대답하고 있었다.
-체제의 충돌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무대를 통해 한반도의 고통과 회복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체제의 경계와 본능의 충돌 사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죽음과 삶의 본질을 가르는 사랑 없이 하나가 될 수 있을까요? 사상과 철학만으로 진실한 사랑의 서사에 닿을 수 있을까요? 이 소설은 그 질문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소설 속의 아픈 사랑들이 그 상징일 수 있을까요?
-그런 아픔 없이 하나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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