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속으로
고독하고 슬픈 와중에 갑자기 날아든 남자의 예언에 나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당신은 자유롭게 해방될 것이오.
분명 엄마는 먼저 물어본 바가 없다 하였다. 깨달음을 향한 기도에 감복한 것일까, 때를 쌓아두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매일 손에 끼우는 이태리타월과도 같은 엄마의 참회가 갸륵했던 것일까. 이도 저도 아니면 그저 어느 날 엄마의 얼굴이 유독 슬퍼 보여서였을까.
- 본문 중에서
◆ 출판사 서평
예언자는 언제나 있었다. 하늘과 땅의 기운을 읽는다는 사제가 있었던 고대부터 예언으로 영업 내지 사업을 하는 일이 낯설지가 않은 현대까지 쭈욱. 당신은 예언자를 믿는가?
소위 엘리트 학문을 공부하였다는 식자들이 지위 향상이나 자리보전을 위해 용하다는 예언자를 제 삶의 컨설턴트로 두고 자문을 받는다고 한다. 복채를 들고 예언자를 향해 달려 나갈 점잖은 얼굴의 그들을 생각하니 쓴웃음이 난다. 그들의 욕망에 동의할 수 없다.
오래전 소도시의 시장에서, 거리의 바닥에서 예언자를 믿게 된 사람들이 있었다. 예언자는 남루했고 그를 추종했던 자들은 그보다 더 초라했다. 분명, 예언은 존재했다. 그러나 그것은 짧고 모호했다. 예언을 받아 든 이들은 묵묵히 자신의 시간을 살아가는 것으로 예언자의 불친절한 예언을 증명했다. 그들은 고통으로부터 도망가지 않았다. 시간을 감내할 수 있었던 힘은 지켜야 하는 소중한 존재에 대한 사랑에서 나왔다.
평범을 갈망했던 주인공 ‘나’는 평범하지 않은 예언자 곁을 떠나지 않고 그의 예언을 기다린다. ‘나’는 평범한 삶을, 아니 실은 남들의 눈에 좀 더 고상해 보이는 삶을 꿈꾸었지만 갈망할수록 그것으로부터 더 멀어지고 만다. 주인공이 드러내는 모순과 나약함은 비루하다 업신여겼던 시장 사람들과 ‘내’가 결국은 동류임을 말하고 있다.
인간의 욕망이 마를 일은 없을 것이므로 예언자는 세상에 계속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욕망을 이루어 주는 예언자는 무수한 추종자를 만들어 낼 것이다. 당신도 그런 예언자를 기다리는가?
소설 『예언자』는 예언을 무위로 돌려보내고 자유를 얻게 될, 고단한 이들에게 들려주는 소박한 헌사이다. 더 이상 예언을 기다리지 않는, 예언이 필요하지 않게 된 쇠잔한 인간에 대한 무한한 연민이다. 한때나마 가슴 속에 품어보았던 작은 욕망의 무게를 무겁게 느끼며, 예언을 갈망했던 그들에게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이야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