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속으로
꽃이 꽃으로
나무가 나무로
새와 새가
물고기 서로서로
수레바퀴 같이 굴러간다
가만히
백 년 후에야
아니, 천 년쯤 지나면
우리도 그들처럼 가만히 굴러갈 수 있을까.
_본문 중에서
◆ 출판사 서평
- 시처럼 사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 시의 존재 이유이다.-
1부, 「바람이 떠난 자리」에서 봄에 움트는 새싹같이 조심스럽게 솟아나는 희망을 적었다. 자연에서 피어나는 생명을 보고 힘을 얻는 과정을 표현했다.
“오월 첫날/중앙선 너브내 휴게소에서/산이 된 어머니와/백 가지 초록이던 그들을 만난다.”(홍천강 휴게소)
2부, 「내가 나를 사랑해야 한다면」은 여행 중에 우연히 마주한 흑인 소년의 밝은 미소 덕분에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자각을 갖게 된 계기를 시로 썼다. 그 자각은 자신을 둘러싼 관계가 짓누르는 무게를 스스로 덜어내는 글을 이끌었다.
“에펠탑 광장에서/에펠탑을 파는 흑인 소년을 바라보다가/느닷없이/내가 나를 사랑해야 한다고/대리석 바닥에 신코로 새겼다.”(내가 나를 사랑해야 한다면)
3부, 「경포 아리랑」에서는 작가의 눈에 비친 고단한 삶의 군상이 시어로 재탄생했다. 전쟁의 참상, 환경오염이 초래한 혼란스러운 자연 현상,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르는 폭력을 생략과 압축을 거듭하여 시로 풀어냈다.
“엄마는 너무 먼 곳에 있고/하느님은 더 멋 곳에 있으니/산, 나무, 새, 하늘.”(마지막 말)
4부, 「아름다운 이별」은 뒤돌아보기와 이별하고 앞을 향하여 흥겹게 걸어가자고 한다. 삶의 주인공으로 꿋꿋하게 서자는 희망을 그렸다.
“겨울에는/푸른 하늘꽃을 피워낸 나무처럼/담담하게/이름을 지운/알몸의 인간이고 싶다.”(겨울나무)
시를 쓰는 사람은 시인이다.
시를 읽는 사람도 시인이다.
시처럼 사는 사람은 최고의 시인이다.
_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