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천사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우리를 꿈꾸게 만드는, 조병도 시인의 드물게 아름다운 시들을 읽으며 나는 우리가 함께한 젊은 날들과 영원으로 이어질 미래를 생각합니다. 언제까지나 그리운 존재일 조 시인과 이 시집의 독자인 그대들에게 내 졸시 「그대처럼 빛나는 별」 중 다음 몇 구절을 바칩니다.
“그대들은 아는가
별들이 아스라이 먼 것은
그대들이 먼 길을 가기 때문
별들이 파르르 떠는 것은
그대들의 가슴이 떨고 있기 때문
별들이 반짝이는 것은
그대들의 눈물이 마르지 않기 때문….”
- 우영창(시인, 소설가)
조병도, 그가 오래전 내 첫 시집 『혜화동에서는 금방 뜨거워진다』에 이런 제목의 발문을 써주었습니다. “하늘 아래서 읽고 바다 위에서 쓰다.”
『반짝이는 너에게』는 「느린 우체통에 부친 엽서」처럼 여운과 잔상이 오래고 긴 시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우표도 없고 우편번호와 받는 사람 이름이 적혀 있지 않더라도 왠지 내게 온 편지 같고, 또 답신을 띄우고 싶어지는 시편들입니다. 그가 만약 이 시집에 발문을 부탁한다면 나는 이런 제목으로 쓰고 싶습니다. “별들에게 쓰고 바람 편에 부치다.”
- 이성규(시인, 과학 칼럼니스트)
◆ 출판사 서평
연인들에게 편지란 너에게 쓰는 이인칭의 일기가 아닐까. 사랑이 일기를 쓰게 하고, 또 편지를 쓰게 한다. 이 시집 『반짝이는 너에게』도 편지 형식을 취한 시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수신인은 너, 나(시인 자신), 세상과 세상 사람들, 제제(『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주인공 소년), 유리 구두, 개구리가 왕자로 보이는 아이 등이다. 이성규 시인의 추천사를 빌리자면 “별들에게 쓰고 바람 편에 부친 편지”들이다. 그만큼 순수하고 순박하며, 때로 순정하고 순결하다. 세상 곳곳에 ‘숨은 그림’처럼 그 실체를 감추고 있는 사소해 보이는 것들의 사소하지 않음, 하찮아 보이는 것들의 하찮지 않음, 무의미해 보이는 것들의 의미심장함이 다이어트가 잘된 시어 속에 아름답게, 비유와 상징으로 함축돼 있다. 그 숨은 그림을 찾는 즐거움은 독자의 몫이다.
1부(반짝이는 너에게)는 같은 제목의 연작시 열두 편으로 구성돼 있다. 밤하늘 꽃밭과 내 마음 별 밭을 향기로움과 눈부심으로 가득 채운 ‘너’란 존재에게 바치는 헌시들이다.
2부(유리 구두에게)는 한때 빛났으나 깨지기 쉬운 것들, 두 짝으로 한 켤레를 이루고 싶었으나 한 짝인 채로 다른 한 짝을 갈구하는 것들의 기쁨과 슬픔을 노래하고 있다.
3부(라임오렌지나무가 제제에게)는 서로가 서로에게 때론 그늘이, 때론 햇살이 돼주는 존재들을 따뜻하고 애틋하게 그리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그런 존재를 가졌거나 그리워하는 게 아닐까.
4부(나 그리고 세상에게)는 시인 자신과 세상을 향한 내면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속삭임인 듯 외침이고, 절규인 듯 하소연인 어떤 속 깊은 메시지들이 심금을 울리며 다가온다.
5부(개구리가 왕자로 보이는 아이에게)는 아직 동화와 동심을 잃지 않은, 혹은 잃어버린 동화와 동심을 동경하는 시인의 마음이 반영돼 있다. 어른인 우리 모두는 한때 아이였다.
시인은 지금 말기 식도암으로 투병 중이다. 아니, 몸 안의 암세포들을 달래고 다독이며 사이좋게 동거하고 있다. ‘메멘토 모리’와 ‘카르페 디엠’이 남은 날들의 모토다. 매일매일이 소풍이고, 하루하루가 축복이며, 순간순간이 선물이라 여기며 살고 있다. 모든 이들이 고맙고, 모든 날들이 소중하다.
조병도의 첫 시집 『반짝이는 너에게』는 밤하늘 별을 이따금 바라보는 당신, 무의미를 의미로 바꾸기를 좋아하는 당신, 세상의 하찮고 사소한 것들에 애정과 연민을 가진 당신, 누군가가 그리운 당신, 외롭고 쓸쓸한 당신, 지금 사랑하거나 추앙하고 있는 당신, 사랑도 하나의 종교라고 믿는 당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느니보다는 짝사랑이라도 하는 게 행복하다고 여기는 당신, 열정의 빨강과 냉정의 파랑 사이 어딘가에 놓인 온정의 보라를 갈망하는 당신, 반짝이는 누군가로 인해 스스로도 빛나고 싶어 하는 그 모든 당신들에게 권하고픈, 또 선물하고픈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