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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 Moon》 경희대학교 전환 21 프로젝트 저자 인터뷰

| 2019-11-12 | 조회 885

 

1. 《Full Moon》을 출간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특정 시기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Full Moon》은 학생 때만 가질 수 있는 풍부한 감정들을 온전히 담아낸 그릇과 같다 할 수 있습니다. 대학생의 우리를 훗날에도 마주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2018년 10월을 시작으로 약 8개월간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속에 저뿐만 아니라 저자님들의 크고 작은 성장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책의 출간은 곧 우리의 보름달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또다시 어둠 속에 가려지겠지만, 머지않은 때에 이 책을 꺼내어 보며 보름달을 다시 띄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저보다도 더 애착을 갖고 출간을 위해 애써 주신 10명의 저자님들과 3명의 일러스트레이터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2. 《Full Moon》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겉만 번지르르한 글을 쓰기에 바쁜 대학생들에게 조금 투박하더라도 솔직하게 자신의 감성을 표현할 공간을 마련해 주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염원이 전환 21 프로젝트라는 좋은 기회를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오로지 글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학생들이 모였고, 우리들만의 ‘Full Moon’을 그리고자 했습니다.

3. 책을 집필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또는 즐거웠거나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노혜린 : 사람들과 모여 피드백하는 게 좋았어요.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를 위해 가감 없이 이야기하는 자리가 흔치 않으니까요.

남대윤 : 소설을 쓰는 그 자체가 많이 힘들었어요. 다른 분들에 비해 글을 써 본 경험도 적고 제한적인 분야의 글만 읽어 왔었기 때문에 다른 분들에게 피드백을 많이 부탁드렸어요. 그랬더니 어떤 분이 저보고 모기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허예지 : 팀원들과 끊임없이 피드백을 주고받고 부족한 부분을 지적받기 위해서 교내 글쓰기 센터에 찾아가 교수님께 피드백을 여러 차례 받은 점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인물, 성격, 사건 등을 계속 바꾸어내는 과정이 어려웠습니다.

한나라 : ‘집필’이란 단어는 꽤나 거창하네요. 2018년의 가을~겨울 동안 글을 썼는데 그 당시엔 지금보다 감정이 많이 흔들렸던 때라 가끔 글을 쓰다 눈물이 나곤 했어요. 제가 글로 감정을 막 풀어헤쳐 놓곤 그 감정에 빠지는 거죠.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었어요. 특히 글의 앞부분, 그러니까 과거 2~3년 전에 대해 서술할 때는 당시 감정이 생각나지 않아 애를 먹었어요. 있는 기록 없는 기록을 다 꺼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살았는지를 되살리느라 힘들었죠. 그리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쓰다 보니 가족들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 많이 망설여졌어요. 지금이야 언니, 부모님도 모두 제 글을 읽고 어느 정도 사이가 풀어졌지만 당시엔 꽤나 예민한 문제였으니까요. 다행히 가족들과의 관계는 이전보단 많이 좋아졌어요. 결과적으로 이 글을 쓰는 과정에서 제 5년간의 대학 생활을 돌아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글을 쓰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는데 가장 힘들다 힘들다 했던 2018년, 작년의 저는 참 많은 일을 해냈더라고요. 글을 쓰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도 여전히 저를 탓하고만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윤도원 : 자료조사가 힘들었던 것 같아요. 러시아라는 배경도 그렇고 도예가라는 직업에 대해서 아는 게 없었어요. 열심히 자료조사를 했어도 다 활용할 수 있는 게 아닌 터라 허탈할 때도 많았고요. 하지만 도예학과 친구를 인터뷰하면서 새로운 세계에 들어가 보고, 좋은 인연도 맺고, 제 스스로 작품에 쏟을 수 있는 노력의 한계치를 갱신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 것 같아요.

유승재 : 저는 합평이 제일 기대가 됐어요. 그런 경험은 처음이기도 하고. 저는 무엇보다도 합평할 때의 분위기에 매료됐어요. 대강 하고 넘어가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다들 열심히 읽어 오고, 칭찬할 건 칭찬하고 비판할 건 비판하고. 적어도 저는 그런 마음가짐이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 건 상대방의 작품에 대한 예의를 갖추지 않는 거라고. 힘들었던 거라고 하면 제 자신에 대한 게 제일 컸어요. 처음 써보는 소설이고, 심지어 책으로 나오는데 욕심이 나죠. 문제는 욕심이 자꾸 저를 잡아먹었다는 거죠. 포기할 건 포기해야 되는데, 그러지를 못하니까. 그거 때문에 마지막까지 정말 고생했어요. 이건 스스로의 세계를 내려놓는 문제니까. 다른 사람한테 비판하는 건 오히려 쉬운 일이죠. 그게 자기 자신을 향한다는 건 훨씬 더 어렵고.

김호영 : 글을 쓰는 동안 격주로 프로젝트원들과 만나 피드백을 진행했는데, 우리 프로젝트원들의 역량이 하해와 같아 즐겁게 진행했습니다. :D

4. 책 내용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애착이 가는 구절이 있나요?

노혜린 : 저는 비극을 한 손으로 그려냅니다.

남대윤 : 작중에서 ‘형’과 ‘혜주’가 노을 지는 학교 옥상에서 ‘성장’에 대해 서로 다른 관점으로 얘기하는 장면이 제일 애착이 갑니다. ‘혜주’의 생각이 잘 드러난 부분이며 누군가에게 위로와 자부심이 될 수 있는 장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허예지 : 한나라 언니의 에세이 전체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읽으면서 몇 번 심금을 울렸는지 모르겠어요. 소견으로는 정말 이 책의 취지와 가장 가까운 글이 아닐까 하고 여깁니다.

한나라 : 본문의 가장 마지막 문단. 초승달에 대한 구절을 좋아해요. 이 구절은 ‘이렇게 써야지’ 하고 썼다기보단 글을 쓰다가 자연스럽게 나온 구절이에요. 앞으로 살아가면서 몇 번의 우울이 더 찾아올지는 아무도 모르잖아요. 애초에 사람마다 태어난 첫 모양이 다르기도 할 거고요. 그래도 삶의 모양은 늘 변하고 제가 가꿀 수 있으니까, 하나를 고른다면 초승달이고 싶어요. 앞으로 채워질 희망의 달이라 생각해요. 거창하긴 하지만, 그래서 초승달에서 보름달로 변해 가는 주기를 늘려 나가는 일을 인생의 기본 태도로 삼았어요. 조금씩 노력하다 보면 차오르는 시간들이 더 늘어날 거에요. 다행히 지금까지 저는 잘 나아가고 있어요.

윤도원 :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면 주인공 영하가 공장부지 구석의 버려진 수조탑 위에서 노보시비르스크 강을 바라보며 담배를 태우는 장면이에요. 세기말이라는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인물들이 느끼는 쓸쓸함과 허심탄회한 감정이 가장 극대화되는 장면이었어요. 애착이 가는 구절은 일리야와 영하가 ‘사점(death point)’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이에요. 사람이 고립되거나 외로움을 느끼는 양상에 대한 탐구가 있어서, 일상 중에도 문득문득 떠오르더라고요. 아, 지금 나는 그때 영하가 말했던 형태의 외로움을 느끼고 있구나, 이런 식으로요. 직접적인 메시지는 아니더라도, 이런 삶에 대한 탐구가 힘이 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유승재 : 공들여서 쓴 문장이 있어요.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기도 한데, “계절이 바뀐다는 말이 그토록 슬프게 발음될 수 있었는지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라는 문장이에요. 지금도 만족스럽진 않지만, 이 문장을 몇 번이나 계속 고쳤어요. 어떻게든 이 문장을 남기고 싶은데, 마음에는 안 들고. 계절이 바뀐다는 건 결국 그 계절이 죽는다는 뜻이니까. 그렇게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나온 게 저 문장입니다. 그걸 어떻게든 남기고 싶어서.

김호영 : 특정 장면이나 구절을 가리긴 어렵지만, 이소명 작가님의 〈20.4〉와 방준혁 작가님의 〈파란 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두 작품 모두 읽으면서 가장 내밀한 바닥에 맞닿아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5.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셨나요?

노혜린 : 산책을 했습니다!

남대윤 : 글을 쓰면서 글을 써내려간 시간보다 글을 읽은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글이 안 써지면 평소 좋아했던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를 봤어요. 편하게 보고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이디어가 떠올랐던 것 같아요.

허예지 : 뭐라도 써보려고 노력했던 거 같아요. 기숙사 방 안에서 또는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 말고 노트북 하나 펼쳐 두고 썼다, 지웠다만 반복하다가 결국에는 어찌어찌 완성을 낸 거 같습니다.

한나라 : 앞에서도 말했지만 제일 힘든 건 당시의 감정이나 생각이 기억나지 않을 때였어요. 그때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으니 당연히 글이 잘 써지지 않았죠. 그럴 때면 일단 산책하러 갔어요. 담배 한 대 딱 피면 잘 써진다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전 비흡연자라 그건 차마 시도조차 못 했고, 커피 한 잔 들고 계속 걸었어요. 시간에 쫓기지 않고 생각을 흘러가게 두다 보면 그때의 기억들, 감정들이 떠오르곤 했어요. 주로 그렇게 많이 걸었던 것 같아요. 그게 아니면 보통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을 읽거나 이전에 썼던 기록들을 죄다 뒤져서 읽고 또 읽었어요. 뭐라도 많이 보다 보면 첫 문장이 시작되더라고요. 첫 문장이 써지면 그다음은 대부분 유연하게 흘러갔어요.

윤도원 : 솔직히 잘 안 써져도 마감이 임박한 탓에 어떻게든 쓰고 봤기 때문에 해결방식이랄 게 없었습니다. 다만 쓰고 난 뒤에 작업에 임하는 태도가 바뀌었어요. 일단 제가 글을 쓰는 태도부터 정비하게 됐습니다. 마감을 지나치게 의식해서 급하게 쫓기며 쓰고 있진 않은지. 호젓한 분위기 속에 힘을 빼고 글을 작성하고 있는지.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했듯 소위 ‘퐁퐁 우러나서’ 즐겁게 글을 쓰고 있는지. 좀 더 본질적인 태도의 문제로 돌아온 것 같아요. 그 외에는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봅니다. 새로운 자극 속에 물꼬가 트일 때가 많아요.

유승재 : 마감이 얼마 안 남았을 때의 이야기에요. 그때 텐타시온 노래 〈Jocelyn Flores〉를 처음 들었거든요. 텐타시온의 정서가, 저한테는 훅 들어오더라고요. 완전히 밑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는 그런 느낌. 마감까지 계속 그 노래만 들었어요. 그거 아니면 빈첸의 〈마른 논에 물 대기〉 같은 노래. 제가 무거운 작품을 써서 그런 노래가 필요했던 건지, 그런 노래를 원체 들어서 무거운 작품을 쓰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의미에선 저한테 그런 노래들이 필요했다는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김호영 : 쓰다가 막히면 침대로 들어가 잤습니다. 꿈속에서 뭐라도 나오겠죠.

6. 이 책을 접할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무심코 올려다본 달이 당신의 무거운 어깨를 토닥여 줄 때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작지만 가득 찬 보름이 당신께 그러한 존재가 되기를 바랍니다.

_《Full Moon》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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