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말린 꽃》 이용환 저자 인터뷰

이용환 | 2019-11-12 | 조회 803

 

1. 《말린 꽃》을 출간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이번 시집은 첫 시집과 두 번째 시집 그리고 《어머니 경전》몽생기까지 계속 제외되었던 시들이 주축을 이뤘다. 나의 시 쓰기 과정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쓰였던 시편들이다. 스스로 생각하기를 매우 사사롭고 가벼운 사랑 시라 생각했던 것들이다. 버릴까, 버려버릴까 수없는 고민을 거듭한 결과 결코 버릴 수 없는 내 생의 한 단면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시들을 안고 간다. 못난 무녀리 자식의 효도를 받는 날이 올 것이다.

2. 《말린 꽃》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06년의 강과 백지의 세월과 2011년 등뼈 상재 이후 그 책들에 함께 묶지 못했던 시편들과 새로 쓴 시편들을 뽑고 간추려 2019년 말린 꽃을 묶는다. 나의 글쓰기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개인, 가족, 혹은 씨족의 연대기를 복원해 보자는 큰 틀의 목표하에 써졌다고 밝힌 바 있다. 말하자면 시의 형식을 빌려 쓴 개인의 연대기인 셈이다.

3. 책을 집필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또는 즐거웠거나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이 책의 시들은 내 시의 역사로 말할 것 같으면 ‘무녀리들의 시’라 말할 수 있다. 무녀리라 함은 언행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못난 사람. 말이나 행동이 좀 모자란 듯이 보이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무녀리는 비로소 문을 열고 나왔다는 뜻의 ‘문열이’가 변하여 된 말이다. 또 짐승의 한 태(胎)에서 나온 여러 마리의 새끼 중에 맨 먼저 나온 놈을 무녀리라고 한다. 통상적으로 제일 먼저 나온 새끼는 다른 새끼들에 비해 유난히 비실비실하고 몸이 허약하다고 한다. 이 시의 보따리들을 pc 통신 시절부터 지금까지 거의 20년이나 끌고 다녔다.

4. 책 내용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애착이 가는 구절이 있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웹상에 발표된 제 시를 읽고 그 시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자발적으로 써서 보여주신 분들을 만났을 때다. 그런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의 순간들이었다. 아무런 대가를 바람도 없이 오직 문학작품, 시 그 자체에 감응하시고 그 감동을 순수하게 표현해 주신 분들이기 때문에 시인으로서는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1시집과 2시집에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시들 중 이번 시집의 주제와 잘 어울리는 시도 몇 편 다시 초대되었다. <촉도난>, <그림자놀이>, <보통리 벚꽃 만개>, <시정에게>, <산다는 것> 등은 아무래도 애착이 더 많이 가는 작품들이다.

5.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셨나요?

개인적으로 뒤돌아보니 글이 써지지 않을 때는 그만 글쓰기 작업을 중단하고 의도적으로 글에서 멀리 떨어졌던 생각이 난다. 다른 일에 몰두한다든가 어떤 특정한 게임 한 가지를 골라 몰두한다든가 하였다. 그러면 어느 순간에 다시 시를 쓰는 본모습으로 돌아와 있곤 하였다.

6. 이 책을 접할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이 시집에 수록된 시는 크게 ‘꽃’과 ‘사랑’을 주제로 하여 간추린 것이다. 꽃의 아름다움, 생명과 번식, 자연의 적막과 고독, 운명적이고도 필연적인 인연, 사람들과의 교류와 만남, 만남으로부터 오는 갈증, 그리움과 사랑의 감정, 사랑의 고통, 고통스러운 이별, 이별 후의 심리상태를 순차적으로 미세하게 그려보았다.

유치한 순간도 있지만 그것이 살아온 이력이니 또한 내 삶에서 지울 수 없다. 사랑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의 역사는 흩어진다. 그와 똑같이 망한 가문의 사랑의 역사는 흩어진다. 내가 시로써 지나간 사랑의 추억을 복원해 두는 것은 살아온 지난날을 반성적으로 돌아보고 화해하고 손 잡음으로써 새로운 생명의 푯대를 세우고자 하는 열망 때문이다.

 

 

 

 

출판상담문의

오전 9시 ~ 오후 6시
070-7857-9719

출판문의 및 원고접수
barunbooks21@naver.com

#채널 바른북스